『 누구나 자연에 대해 항상 빚을 지고 살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숲은 우리에게 ‘꾸밈없는 자연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
우리는 아름다운 숲에서 상처를 치유 받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곤 한다.
숲에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숲의 모든 식구들에게는 우리가 이어온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숲에 깃든 우리의 삶의 자취들을 찾아 이야기 숲으로 떠나보자.』
이 한 권의 이야기책이 ―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꿔주고 숲을 더 잘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숲해설가들에게 유익한 자료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숲해설 현장에서 한 번 이상 해설내용에 포함되었거나, 실체를 확인한 순간 놀라움과 기쁨을 준 나무와 들꽃을 주된 대상으로 삼았다.
인용한 대부분의 시(詩)들은 자연을 누구보다 사랑하며 오랫동안 숲과 함께 한 분들의 작품이다.
수백 마디의 긴 해설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기에 숲 이야기와 함께 실었다.
이 한 권의 책이 ― 장차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숲해설가들로 하여금 생생한 자료집들을 연이어 세상에 내놓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머리글 중에서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연 속에서 살아간다. 수많은 인연 중, 나와 숲과의 인연은 내가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맺어진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자신의 가치가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을 때, 나는 숲과의 인연을 통해서 나의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것이 내 삶에, 다시금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숲과의 만남은 나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확인하고 회복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숲은 소중한 내 생활의 터전이 되었고, 숲에서의 생활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내려놓는 삶의 지혜를 터득하기도 했다. 숲은 나에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선물해 주었다.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70여 년이 되는 삶을 돌아보다 보면,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 남아있는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하며, 내 삶은 어떻게 마무리되어야 할지를 생각하고 준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희미하게나마 알게 된다면 이 또한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가 마지막으로 가게 될 그곳은 과연 어디인가? 별일이 없다고 전제한다면, 십여 년이 지난 후에 나는 분명히 어딘가에서 나의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인데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누군가는 그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스페인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끊임없이 걷고 또 걸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굳이 외국에 소개된 순례의 길을 찾지 않더라도 주변의 올레길이나 둘레길을 찾아서 걷다 보면 혹시나 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날씨가 맑은 날은 맑은 대로, 흐리고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비를 맞으며 숲을 찾아서 걷고 또 걸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등 뒤에서 나를 비웃을 때도 나는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무엇을 위해 나는 그토록 걷고 또 걸었을까......
크고 작은 나무들과 여러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숲은 그 자체가 하나의 소 우주이다. 그 속에서 나는 한없는 삶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고, 내게 주어진 인생 앞에서 겸손해질 수 있었다.
나무가 생을 마치는 순간 숲속에 쓰러져 분해되고 땅속으로 스며들어 다른 나무의 거름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나무가 죽는다고 그냥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삶으로 순환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듯 숲은 나에게 자신의 존재를 돌이켜 보게 하는 정신적인 삶의 터전이자 깨달음의 장소였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반드시 그 생을 마감해야 하는 때가 온다. 우리의 인생 또한 결국에는 생의 마지막을 맞이해야 하는 존재이다. 누구도 예외 없이 공평하게 주어진 운명이다. 우리 인간의 지성으로는 끝이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그러하기에 살아 있음을 의식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잠시도 허투루 보낼 수가 없다. 무엇으로 나의 소중한 하루를 채워가야 하는지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는 살아가야 할 앞날을 준비하느라 여러 가지 고통과 고뇌 속에서 고민하고 방황했던 시간들이었다. 대도시에서의 대학생활과 직장생활은 새로운 생활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8군에서의 군 생활은 우물 안에서만 살아온 개구리가 우물 밖을 내다 볼 수 있었던 엄청난 경험이 되었다.
나는 이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 어떠한 생명체도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대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살다가 커다란 고통 없이 고요히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여야 할까?
나에게 남겨진 사랑을 다 주고 가야겠다. 그 사랑은 배려와 공감과 소통이며 욕심 없는 사랑이다. 그런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삶이 고달프고 힘들 때는 치유의 숲길을 걸어보자. 걷고 또 걷다 보면 그곳에는 살아야 할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나의 가족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합니다.”
출판에 도움을 주신 조현수 사장님께도 감사를 전한다.
칠순의 고희의 나이에
2021년 여름 장 이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