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서가의 올리버
내 작은 서가에는 올리버 색스의 책만을 모아 둔 공간이 있다. 우리 시대에 제일 사랑받은 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였던 색스의 책 10여 권이 모두 우리말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이제 그 칸의 맨 끝에, 이 얇은 책을 꽂는다.
색스는 여든 인생을 회고한 자서전을 마무리한 직후 불치병 진단을 받았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후 쓰였는데, 그 사정은 케이트 에드거와 빌 헤이스의 서문에 잘 나와 있다. 빌 헤이스는 색스와 말년을 함께한 연인이었고, 케이트 에드거는 오랫동안 색스의 집필을 거든 개인 편집자 겸 비서였다. 색스는 이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생애 마지막 글을 썼고, 이제 남은 두 사람이 그를 대신해 독자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이 책을 묶어 낸 것이다.
마지막 선물치고는 너무 얇은 책을 손에 쥐면, 부질없는 상상인 줄 알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색스는 2014년 12월에 진단을 받고 2015년 8월에 사망했으니 삶을 정리할 시간이 꼭 8개월 있었다. 다만 이삼 년이라도 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그는 어떤 글을 남겼을까? 질병의 의학적 드라마와 인간적 드라마를 하나로 엮어 인간 존재의 특수하고 보편적인 측면을 동시에 보여주었던 그답게, 쇠락해 가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마치 제3자처럼 의사의 눈으로 관찰해 분석하는 동시에 여느 때처럼 유머와 지적인 낙관으로 노년기의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을까? 의학의 시인으로 불렸던 그가 쓴 노년과 죽음의 책을 볼 기회가 없다니, 이미 존재했던 책을 잃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원망스럽다.
그러나 그가 8개월에 쓸 수 있었던 최선의 결과인 이 책에서 우리는 쓰이지 않은 이야기까지 충분히 읽어 낼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중요하지 않은 것에는 한 단어도 쓸 여유가 없어 정제되고 또 정제된 문장들에는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과 아쉬움을, 무엇보다 감사를 느끼는 한 인간의 모습이 따뜻하게 담겨 있다.
혹시 이 책으로 작가 올리버 색스를 처음 만나는 독자가 있다면, 그는 운이 좋다. 여기에 짧게만 언급된 일화들이 모두 제각각 한 권의 책으로 쓰여 있으니 앞으로 읽을 목록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가 마흔 살에 죽을 줄 알았다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를 펼치면 되고, 암페타민 중독에서 벗어난 계기였다는 병원 이야기는 《깨어남》에 담겨 있으며, 화학 주기율표에 대한 사랑 고백은 《엉클 텅스텐》에서 더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책의 전편 혹은 본론 격인 자서전 《온 더 무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이미 색스를 좋아하던 독자에게는… 글쎄, 별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나는 많은 독자들이 나처럼 색스의 책이 여럿 꽂힌 책장에 이 책을 살며시 끼워 두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은 색스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고 말한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가 완성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는, 역시 색스의 말을 빌리자면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면서” 이런 작가와 교제를 나눌 수 있었던 우리의 시간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임을 느낄 수 있다.
평생 아름다운 만년필 글씨로 일기 1000여 권과 그보다 많은 편지를 썼던 색스가 남긴 이 마지막 글들은 그가 세상과 우리에게 보내는 작별의 편지들이다. 나는 아마 나란히 꽂힌 그의 책들 중에서도 이 작은 책을 가장 자주 떠올릴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그럴 것이다. 아니, 세월이 흘러 내가 나이 들수록 점점 더 그럴 것이다.
내 작은 서가의 올리버
내 작은 서가에는 올리버 색스의 책만을 모아 둔 공간이 있다. 우리 시대에 제일 사랑받은 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였던 색스의 책 10여 권이 모두 우리말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이제 그 칸의 맨 끝에, 이 얇은 책을 꽂는다.
색스는 여든 인생을 회고한 자서전을 마무리한 직후 불치병 진단을 받았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후 쓰였는데, 그 사정은 케이트 에드거와 빌 헤이스의 서문에 잘 나와 있다. 빌 헤이스는 색스와 말년을 함께한 연인이었고, 케이트 에드거는 오랫동안 색스의 집필을 거든 개인 편집자 겸 비서였다. 색스는 이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생애 마지막 글을 썼고, 이제 남은 두 사람이 그를 대신해 독자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이 책을 묶어 낸 것이다.
마지막 선물치고는 너무 얇은 책을 손에 쥐면, 부질없는 상상인 줄 알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색스는 2014년 12월에 진단을 받고 2015년 8월에 사망했으니 삶을 정리할 시간이 꼭 8개월 있었다. 다만 이삼 년이라도 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그는 어떤 글을 남겼을까? 질병의 의학적 드라마와 인간적 드라마를 하나로 엮어 인간 존재의 특수하고 보편적인 측면을 동시에 보여주었던 그답게, 쇠락해 가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마치 제3자처럼 의사의 눈으로 관찰해 분석하는 동시에 여느 때처럼 유머와 지적인 낙관으로 노년기의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을까? 의학의 시인으로 불렸던 그가 쓴 노년과 죽음의 책을 볼 기회가 없다니, 이미 존재했던 책을 잃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원망스럽다.
그러나 그가 8개월에 쓸 수 있었던 최선의 결과인 이 책에서 우리는 쓰이지 않은 이야기까지 충분히 읽어 낼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중요하지 않은 것에는 한 단어도 쓸 여유가 없어 정제되고 또 정제된 문장들에는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과 아쉬움을, 무엇보다 감사를 느끼는 한 인간의 모습이 따뜻하게 담겨 있다.
혹시 이 책으로 작가 올리버 색스를 처음 만나는 독자가 있다면, 그는 운이 좋다. 여기에 짧게만 언급된 일화들이 모두 제각각 한 권의 책으로 쓰여 있으니 앞으로 읽을 목록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가 마흔 살에 죽을 줄 알았다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를 펼치면 되고, 암페타민 중독에서 벗어난 계기였다는 병원 이야기는 《깨어남》에 담겨 있으며, 화학 주기율표에 대한 사랑 고백은 《엉클 텅스텐》에서 더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책의 전편 혹은 본론 격인 자서전 《온 더 무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이미 색스를 좋아하던 독자에게는… 글쎄, 별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나는 많은 독자들이 나처럼 색스의 책이 여럿 꽂힌 책장에 이 책을 살며시 끼워 두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은 색스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고 말한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가 완성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는, 역시 색스의 말을 빌리자면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면서” 이런 작가와 교제를 나눌 수 있었던 우리의 시간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임을 느낄 수 있다.
평생 아름다운 만년필 글씨로 일기 1000여 권과 그보다 많은 편지를 썼던 색스가 남긴 이 마지막 글들은 그가 세상과 우리에게 보내는 작별의 편지들이다. 나는 아마 나란히 꽂힌 그의 책들 중에서도 이 작은 책을 가장 자주 떠올릴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그럴 것이다. 아니, 세월이 흘러 내가 나이 들수록 점점 더 그럴 것이다.
내 작은 서가의 올리버
내 작은 서가에는 올리버 색스의 책만을 모아 둔 공간이 있다. 우리 시대에 제일 사랑받은 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였던 색스의 책 10여 권이 모두 우리말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이제 그 칸의 맨 끝에, 이 얇은 책을 꽂는다.
색스는 여든 인생을 회고한 자서전을 마무리한 직후 불치병 진단을 받았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후 쓰였는데, 그 사정은 케이트 에드거와 빌 헤이스의 서문에 잘 나와 있다. 빌 헤이스는 색스와 말년을 함께한 연인이었고, 케이트 에드거는 오랫동안 색스의 집필을 거든 개인 편집자 겸 비서였다. 색스는 이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생애 마지막 글을 썼고, 이제 남은 두 사람이 그를 대신해 독자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이 책을 묶어 낸 것이다.
마지막 선물치고는 너무 얇은 책을 손에 쥐면, 부질없는 상상인 줄 알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색스는 2014년 12월에 진단을 받고 2015년 8월에 사망했으니 삶을 정리할 시간이 꼭 8개월 있었다. 다만 이삼 년이라도 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그는 어떤 글을 남겼을까? 질병의 의학적 드라마와 인간적 드라마를 하나로 엮어 인간 존재의 특수하고 보편적인 측면을 동시에 보여주었던 그답게, 쇠락해 가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마치 제3자처럼 의사의 눈으로 관찰해 분석하는 동시에 여느 때처럼 유머와 지적인 낙관으로 노년기의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을까? 의학의 시인으로 불렸던 그가 쓴 노년과 죽음의 책을 볼 기회가 없다니, 이미 존재했던 책을 잃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원망스럽다.
그러나 그가 8개월에 쓸 수 있었던 최선의 결과인 이 책에서 우리는 쓰이지 않은 이야기까지 충분히 읽어 낼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중요하지 않은 것에는 한 단어도 쓸 여유가 없어 정제되고 또 정제된 문장들에는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과 아쉬움을, 무엇보다 감사를 느끼는 한 인간의 모습이 따뜻하게 담겨 있다.
혹시 이 책으로 작가 올리버 색스를 처음 만나는 독자가 있다면, 그는 운이 좋다. 여기에 짧게만 언급된 일화들이 모두 제각각 한 권의 책으로 쓰여 있으니 앞으로 읽을 목록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가 마흔 살에 죽을 줄 알았다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를 펼치면 되고, 암페타민 중독에서 벗어난 계기였다는 병원 이야기는 《깨어남》에 담겨 있으며, 화학 주기율표에 대한 사랑 고백은 《엉클 텅스텐》에서 더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책의 전편 혹은 본론 격인 자서전 《온 더 무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이미 색스를 좋아하던 독자에게는… 글쎄, 별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나는 많은 독자들이 나처럼 색스의 책이 여럿 꽂힌 책장에 이 책을 살며시 끼워 두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은 색스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고 말한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가 완성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는, 역시 색스의 말을 빌리자면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면서” 이런 작가와 교제를 나눌 수 있었던 우리의 시간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임을 느낄 수 있다.
평생 아름다운 만년필 글씨로 일기 1000여 권과 그보다 많은 편지를 썼던 색스가 남긴 이 마지막 글들은 그가 세상과 우리에게 보내는 작별의 편지들이다. 나는 아마 나란히 꽂힌 그의 책들 중에서도 이 작은 책을 가장 자주 떠올릴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그럴 것이다. 아니, 세월이 흘러 내가 나이 들수록 점점 더 그럴 것이다.
내 작은 서가의 올리버
내 작은 서가에는 올리버 색스의 책만을 모아둔 공간이 있다. 우리 시대에 제일 사랑받은 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였던 색스의 책 10여 권이 모두 우리말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이제 그 칸의 맨 끝에, 이 얇은 책을 꽂는다.
색스는 여든 인생을 회고한 자서전을 마무리한 직후 불치병 진단을 받았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 후 쓰였는데, 그 사정은 케이트 에드거와 빌 헤이스의 서문에 잘 나와 있다. 빌 헤이스는 색스와 말년을 함께한 연인이었고, 케이트 에드거는 오랫동안 색스의 집필을 거든 개인 편집자 겸 비서였다. 색스는 이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생애 마지막 글을 썼고, 이제 남은 두 사람이 그를 대신해 독자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이 책을 묶어 낸 것이다.
마지막 선물치고는 너무 얇은 책을 손에 쥐면, 부질없는 상상인 줄 알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색스는 2014년 12월에 진단을 받고 2015년 8월에 사망했으니 삶을 정리할 시간이 꼭 8개월 있었다. 다만 이삼 년이라도 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그는 어떤 글을 남겼을까? 질병의 의학적 드라마와 인간적 드라마를 하나로 엮어 인간 존재의 특수하고 보편적인 측면을 동시에 보여주었던 그답게, 쇠락해가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마치 제3자처럼 의사의 눈으로 관찰해 분석하는 동시에 여느 때처럼 유머와 지적인 낙관으로 노년기의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을까? 의학의 시인으로 불렸던 그가 쓴 노년과 죽음의 책을 볼 기회가 없다니, 이미 존재했던 책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원망스럽다.
그러나 그가 8개월에 쓸 수 있었던 최선의 결과인 이 책에서 우리는 쓰이지 않은 이야기까지 충분히 읽어 낼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중요하지 않은 것에는 한 단어도 쓸 여유가 없어 정제되고 또 정제된 문장들에는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과 아쉬움을, 무엇보다 감사를 느끼는 한 인간의 모습이 따뜻하게 담겨 있다.
혹시 이 책으로 작가 올리버 색스를 처음 만나는 독자가 있다면, 그는 운이 좋다. 여기에 짧게만 언급된 일화들이 모두 제각각 한 권의 책으로 쓰여 있으니 앞으로 읽을 목록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가 마흔 살에 죽을 줄 알았다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를 펼치면 되고, 암페타민 중독에서 벗어난 계기였다는 병원 이야기는 《깨어남》에 담겨 있으며, 화학 주기율표에 대한 사랑 고백은 《엉클 텅스텐》에서 더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책의 전편 혹은 본론 격인 자서전 《온 더 무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이미 색스를 좋아하던 독자에게는… 글쎄, 별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나는 많은 독자들이 나처럼 색스의 책이 여럿 꽂힌 책장에 이 책을 살며시 끼워두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은 색스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고 말한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가 완성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는, 역시 색스의 말을 빌리자면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면서” 이런 작가와 교제를 나눌 수 있었던 우리의 시간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임을 느낄 수 있다.
평생 아름다운 만년필 글씨로 일기 1000여 권과 그보다 많은 편지를 썼던 색스가 남긴 이 마지막 글들은 그가 세상과 우리에게 보내는 작별의 편지들이다. 나는 아마 나란히 꽂힌 그의 책들 중에서도 이 작은 책을 가장 자주 떠올릴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그럴 것이다. 아니, 세월이 흘러 내가 나이 들수록 점점 더 그럴 것이다.
“이전에 나는 냅의 글을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하라면 ‘중독’이 그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명랑한 은둔자》를 옮기고 나니 그 생각이 바뀌었다. 냅의 글은 늘 변화에 관한 이야기였다. 과거의 악습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고 애쓴 이야기, 느닷없이 닥친 상실이나 깨달음을 수용하려고 애쓴 이야기였다. 단순히 중독을 극복한 성공담이 아니었다. 사람은 누구나 언제나 조금은 달라질 수 있고, 달라지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점점 더 편안한 (더 자유롭고, 더 즐겁고, 더 자신다운)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증언하는 글이었다. (……) 자, 여기 책으로 저를 (아주 조금이지만) 바꾼 작가를 소개합니다, 그립고 기쁜 마음으로.”
내게는 아들과 딸을 모두 키우는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이 사회의 성차별적 양육 태도를 자기도 모르게 답습하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동생에게 건넨 책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이하 우모페)였습니다. 내게 조카가 되는 아이들은 봄날의 고사리처럼 쑥쑥 자랐지요. 그러자 이제는 그들이 직접 읽을 수 있는 책도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어린이는 세상의 변화를 꾀해야 하는 문제에 때로 어른보다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더 좋은 의견을 냅니다. 어린이가 바로 변화할 미래를 살아갈 당사자이기에 그럴 것입니다. 성차별 역사는 인류 문명만큼 깊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서로 영향을 끼치는 문제라는 점에서 기후 위기만큼 거대한 주제입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실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므로, 페미니즘은 모든 성별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이야기해야 하는 주제입니다.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격려해야 할 주제입니다.
『온 가족이 읽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그 논의의 첫걸음으로 딱 알맞은 그림책입니다. 『우모페』가 전 세계에서 어른들을 위한 페미니즘 입문서로 널리 읽혀 왔듯이 『온 가족이 읽는 우모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첫 책이 되어 줄 것입니다. 『우모페』를 낸 뒤 딸을 낳아서 그사이 양육자가 된 저자 아디치에도,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각별한 마음으로 글을 다듬었을 것입니다. 조카들에게 이 그림책을 건넬 수 있게 된 저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셰리는 책에서 (그가 집필을 마무리했던 2013년) 현재 원소가 118번까지 발견됨으로써 주기율표에 빈칸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고 적었다. 그 사정은 번역본이 출간되는 지금도 그대로이지만, 다만 그사이에 맨 마지막 네 원소가 정식 이름을 갖게 되었다. 113번, 115번, 117번, 118번 원소는 일본, 러시아, 미국의 연구진이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 합성했다고 진작 발표했으나 그 주장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은 최근이다. 2016년 11월, IUPAC(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은 네 원소에 니호늄(Nh), 모스크븀(Mc), 테네신(Ts), 오가네손(Og)이라는 이름과 기호를 승인했다. 이제 과학자들은 새롭게 8주기를 개시할 119번 원소를 비롯하여 더 큰 원자번호의 원소들도 합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성과에 따라 주기율표는 앞으로도 더 확장될 테고, 어쩌면 지금과는 형태가 달라질지도 모르며, 전혀 새로운 원소와 물질의 비밀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학생들은 주기율표에 매료되어 화학을 공부하기 시작할 테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화학의 상징은 주기율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