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나는 연민과 공의 명상 수행에 대한 탐구를 시도하고자 합니다. 탐구 방법은 초기 설법 가운데 이런 주제와 연관된 구절들을 조사하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염처경 연구(Perspective on Satipa??h?na)』라는 제목의 이전 책과 유사하게, 이번에는 주로 빨리어 경전에 버금가는 한문으로 현존하는 경전을 통해서, 또한 때로는 산스끄리뜨어와 티베트어 경전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서 수행의 문제에 대해 접근하고자 합니다. 나의 연구 결과는 학문적인 방법론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 책은 수행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명상 수행과 연관된 것들이 이 탐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1장에서 연민의 성격에 대해서 탐구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 2장에서 표준적인 사무량심(brahmavih?ra)의 틀 안에서 연민이 어떤 맥락에 놓여 있는지를 살펴볼 것입니다. 3장에서는 연민을 성숙시킴으로써 기대되는 결과에 대해서 공부할 것입니다. 그 다음 세 장은 공(空)을 탐구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것은 주로 「공에 대한 작은 경(C??asu??ata-sutta)」과 이에 대응하는 경전에서 언급한, 명상에 의해서 점진적으로 공으로 나아가는 것에 기반을 둔 것입니다. 7장에서는 명상 수행을 하면서 연민에서 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실제적인 지침을 제시할 것입니다. 8장에서는 「업에서 생긴 몸 경(Karajak?ya-sutta)」, 「공에 대한 작은 경」, 「공에 대한 큰 경(Mah?su??ata-sutta)」에 대응하는 『중아함경』의 번역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 세 경전은 나의 연구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합니다.
실제 수행에서 살아 있는 느낌을 생생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경전 구절들이 명상의 빛과 연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였습니다. 몇몇 경우에는 학문적 연구 또는 명상의 스승들을 인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스승들의 가르침을 인용한 이유는 내가 논의하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나 내가 말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나 자신이 수행을 하면서 인용한 스승들의 가르침이 도움이 되었고, 이런 스승들 문하에서 직접 수행을 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가르침이 갖는 맥락과 함의를 완전히 검증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한 것입니다. 앞으로 내가 제시하게 될 수행양식은 수행의 여러 접근 방식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초기경전을 이해하거나 언급하는 데 알맞은 유일한 방식이라고 암묵적으로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독자들이 자신만의 접근 방식을 찾도록 격려하는 여러 가능한 통로 중의 하나를 제시하고자 할 뿐입니다.
한역 및 다른 언어의 경전을 번역하면서 나는 빨리어 경전과 비교하여 어느 경전이 상대적으로 더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독자들이 다양하게 번역된 경전들을 보면서 이 경전들이 놓인 상황에 대한 직감적인 인상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역 아함경에 간직된 풍부함은 대체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한역 아함경에 대한 번역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의 논의와 관련이 있는 한역 아함경의 일부 경전을 선택하여 번역을 시도하였습니다. 이 모든 번역은 내가 한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특정 구절에 대한 나의 이해가 기존의 번역과는 다르기도 합니다. 빨리어 경전에 대한 표준적인 영어 번역은 각주에 넣어 두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목적은 개별적인 경전을 선택적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서 각 경전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을 제공하여, 다양한 언어의 경전들을 비교 검토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역사적인 붓다가 말한 것을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서 재구성하는 것은 학문적인 관점에서 보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확보하고 있는 원천 자료들의 한계 내에서 초기경전들을 다양하게 비교?검토하게 되면 붓다 가르침의 원음을 비교적 가깝게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것은 연민과 공에 대한 불교 초기 단계로 들어갈 수 있는 창이 됩니다. 불교의 이런 초기 단계가 다양한 불교 학파와 전통들의 공통적인 출발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나의 연구가 모든 불교 전통의 계승자들에게 흥미로우리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런 공통 기반을 제시하기 위해서, 나는 여러 학파의 경전에 간직된 자료들을 주요 기반으로 탐구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드물게 이런 연구방식에서 이탈할 때도 있지만, 이때에는 인용된 경전 구절이 하나의 불교 전통에만 간직된 것이라고 언급하여 독자들에게 환기해 두었습니다.
발췌한 경전 구절들을 번역하면서, 나는 성별을 반영한 용어들은 피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연구는 남성 수행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전에서는 종종 비구들을 대상으로 설법이 진행됩니다. 나는 이 책의 끝에 주요 세 경전을 전부 번역하면서 경전 원래의 형식을 고수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나의 영어 번역 능력의 범위 내에서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독자들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본문에 나오는 번역 발췌문에서는 ‘남성 승려를 뜻하는 비구(monk)’라는 용어 대신 ‘사람(one)’이라는 단어로 대체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명상에 대한 가르침은 어떤 독자들에게도, 예를 들면 승려이든 재가자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과 다른 곳에서 한역 경전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상호 비교를 쉽게 하기 위해 빨리어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한역의 원 자료에서 사용된 언어에 더 비중을 두겠다는 의도는 아닙니다. ‘다르마(Dharma)’나 ‘니르바나(Nirvana)’와 같은 용어들은 예외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용어들은 이미 서구 출판물에서 흔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