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니노미야 후미노는 50년 가까이 한의학치료에 종사한 개업의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59건의 케이스는 중증이거나 불치의 질환이 아니라 의료의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환자들이다. 또한 저자가 사용한 처방 역시 단 한 번의 복약으로 단숨에 질병을 낫게 하는 특별한 비방이 아니다. 즉, 저자도 환자도 처방도 일반적인 의료인들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다. 개업의가 내원 환자에게 처방을 여러 번 바꾸어가면서 고민하여 치료한 흔적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오랜 경험에서 나온 59건의 케이스에 대한 진료기록부를 가감 없이 제시하였다. 일람표로 나타낸 케이스까지 포함한다면 100건이 넘는 피부질환 케이스를 제시하고 있다.
‘진료기록부’를 번역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때로는 맥락 없이 문장이 너무 짧은 경우도 있었고, 문법에 맞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며, 자신만의 언어로 적어놓는 부분도 있었다. 의료현장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일정 부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진료기록부란 시를 쓰듯 단어 하나에 혼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면담하고 진찰하는 짧은 시간 내에 핵심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진료기록을 작성하고 또 이 책을 구성함에 ‘주소-현증-현병력-과거력(가족력)-복증-설증-기타진단-치료-경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충실히 따라서 59개의 증례를 제시하였다. 때로는 각 항목에 여러 회차의 진료기록을 겹쳐놓아 혼동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진료기록을 가감 없이 제시한 것은 처방의 옳고 그름이나 환자의 호전 여부와는 별개로 가치가 있다. 한의학 진료를 행하는 입장에서 어느 의사의 진료프로세스와 처방 및 처치를 살펴보고 또 고민해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자 참고자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