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레 자학에 가까운 시간을 지나왔다. 이제 와 꼴을 보니 결핍이 글썽글썽하다. 어떤 매력이나 쓸모를 생각한다면 버려야 마땅하나 중언부언 애써 붙들고 있다. 이런 걸 대개는 운명이라지. 거듬거듬 시를 짓는 나에게 미안하다. 누구라도 알뜰히 살피어 손을 잡아준다면 큰 위안이겠다. 멀리 왔으니 남은 게 얼마 안 될 것이다. 놓친 바람을 재빨리 따라야 한다.
체질이 굼뜬데 시간은 너무 빠르다. 저만치 앞서간 것들이 부럽지는 않으나 지나온 길에 아쉬움이 자욱하다. 시에 갇힌 인연의 숨들이 가쁘니 미안하다. 매 순간 진정이었고 간절했다고는 하나 불찰이 없지 않을 것이다. 곰곰 돌아볼 일이다.
가만 보면 남은 여정이 많지 않다. 세상은 더 급하게 흘러갈 것인데 내 짧은 보폭으로 바람을 동경할 수 있을까. 다시 길을 나서려는데 햇살, 눈부시다.
2020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