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 세계 게임 산업에서 상당한 크기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게임 종주국이고, 중국이 많은 인구를 가진 시장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게임 산업은 종주국을 제외한 나라 중에서는 가장 크게 발전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게임 산업을 이야기할 때는 대부분 온라인 게임에 치우쳐 있고, 90년대의 게이머는 IBM-PC나 오락실 중심의 경험들이 많습니다. 가정용 게임기는 몇 차례 국내에서 정식으로 시장에 자리잡으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로, 이 책에서 6세대로 분류되는 플레이스테이션 2나 7세대로 분류되는 닌텐도 DS, Wii의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에 마니아가 아닌 사람들도 게임기에 대해 인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앞선 세대의 게임기들이 국내에 판매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90년대 중반에는 PC 게임 중심의 게임 잡지들이 중심을 이루긴 했지만 그에 앞서 나온 것은 가정용 게임기를 다룬 잡지들이었고, 국내에 정식으로 유통되지 않은 게임들은 이러한 지면을 통해 국내에 소개됐습니다.
한편으로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게임기들이 금성이나 삼성 같은 제조사에서 만들어져 해외에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빠르게는 복제 퐁 기기부터 3DO나 MSX 같은 기기까지 국내 제조사들의 이름이 해외의 마니아들에 의해 정리돼 있는 것을 볼 때면 신기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책에서 소개된 게임기가 익숙한 독자들도 있고 처음 보는 독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관점에서 전 세계의 가정용 게임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독자 입장에서는 부족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미국의 가정용 게임기 중심의 문화와 경험들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최근엔 레트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 예전처럼 옛날 게임기를 쉽게 구하기는 힘들어졌습니다. 희귀한 게임기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국내에서도 정식 발매된 고전 게임기들은 동작이 되지 않더라도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고는 합니다. 그렇다 보니 깔끔한 기기 실물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게임기를 사진으로 남긴 저자의 시도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책이 국내에 소개돼 기쁩니다. 여러분들도 옛날 게임기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