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610년에서 1611년 사이에 집필한 작품으로, 은퇴 전 마지막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혹은 5대 희극에 속하지도 않고 널리 알려진 작품도 아니지만 《폭풍우》에는 다채로운 읽을거리와 더욱 무르익은 셰익스피어의 사상을 접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복수를 꿈꾸는 프로스페로가 그의 목적을 이루는 과정을 다루었으니 작품의 주제를 “착한 자는 복을 받고 나쁜 자는 벌을 받는다”라고 요약할 수 있을까? 《폭풍우》는 여러 가지 형식이 결합된 다채로운 구성만큼이나 전달하는 메시지도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프로스페로는 알론조와 안토니오, 세바스찬이 뉘우치기만 한다면 자신도 복수를 강행하지만 않겠다는 뜻을 비친다. ‘용서가 복수보다 더 가치 있는 행동’(본문 제5막 제1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공국을 되찾고 미란다를 퍼디넌드와 결혼시킨다는 목적을 이룬 후에 자신을 외딴 무인도로 내쫓은 안토니오 일행을 용서한다. 애초에 안토니오가 프로스페로의 공작자리를 빼앗을 수 있었던 이유도 프로스페로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법과 환상의 세계에만 빠져서 살았기 때문이다. 선한 자에게도 약점은 있고 악해 보이는 자에게도 그럴 만한 명분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도 선과 악으로 명백하게 구분할 수 없는 일이 많지 않던가? 무언가를 빼앗으면 그 사람이 무조건 잘못한 것이고, 뺏긴 사람은 억울하게 당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이렇듯 복합적이고 때로는 선과 악을 판별하기 어려운 지점을 반영함으로써 《폭풍우》는 보다 통찰력 있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