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가 헐렁해질 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나는 늘 반듯하게 살아가는 줄 알았다
사람이 온전한 존재인 줄 알았다
많은 오해 속에 살아온 지난날들의 의미를 모르겠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절실한 이유도 모르겠다
그래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안다
나 아닌 사람들, 사람 아닌 것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자 애쓰며 살아가려 한다
그 어려운 길을 가는데 ‘시’와 함께하려 한다.
참 멀리 왔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저녁노을이 보인다.
붉은 노을이지만 때로는 서늘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젊은 날의 노을처럼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다.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니 내 삶도 평탄치만은 않았다. 아프도록 가난했던 유년시절, 원망이 가득했던 청년시절, 직장과 사회의 일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았던 중년, 그리고 삶의 유한함과 인생의 부질없음을 절감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요즘….
누구든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어찌 아픔과 회한이 없으랴. 하지만 이제는 지난날의 회한과 원망을 떨치고 가뿐한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 한다. 가능하면 뒤돌아보지 않으려 한다. 앞을 보며 오늘에 충실하려 한다. 누구를 원망하기보다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자 한다. 길을 가다가 만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진정으로 배려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나그네의 자세로 남은 길을 가고 싶다. 내 자신이 머무를 곳과 떠나야 할 때를 제대로 아는 진정한 나그네. 머무른 곳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만 간직하고 집착이나 미련은 버리려 한다. 갈 곳을 딱히 알지 못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려 한다.
지난 일들은 아름답다 했던가. 지난날의 쓸쓸했던 기억들이 고달픈 삶의 여정에서 가끔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