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한국 독자는 자폐증에 걸린 내 손자의 이름인 '샘'이 한국말로는 '숲속에서 솟아나는 작은 우물'이라는 뜻이라고 가르쳐주었습니다. 내게 이 사실을 알려준 친구는 편지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당신은 손자 샘의 마음에 고여 있는 샘물이 마르지 않도록 계속 물을 주는 다정한 할아버지일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아름다운 심리학자입니다."
만약 내 책이 이 세상에 마르지 않는 사랑과 연민의 샘물을 퍼올리고 있다면, 그 책을 통해 우리가 맺은 이 소중한 관계는 따사롭게 영근 햇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소중한 샘물과 햇살이 지금 이렇게 세상 모든 것을 자라게 하고 있습니다.
내가 너와 나누고 싶었던 것은, 오랫동안 사랑해온 사람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볼 때 가슴속에 차오르는 느낌 같은 것이다. 눈물이 어리는 슬픔과 사랑, 말이 가 닿지 못하는 곳에 있는 깊은 감정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춤사위 같은 것 말이다.
네가 이 책을 내려놓을 때, 너와 내가 서로의 눈을 가만히 그리고 깊이 들여다본 것과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너에게 남기는 나의 마지막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