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제작을 시작하자!]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메이커의 시대
2012년 후반부터 예전에 제조업과 관련이 없던 사람 중에도 만들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메이커 붐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예전에는 대기업이 아니면 제작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제품(완성품)을 지금은 혼자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배경에 힘입어 개인 메이커, 즉 개인 제작자, 혹은 소형 브랜드가 속속 생겨나고 있고, 그 주인공들이 TV, 신문 등에 크게 다뤄진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이 새로운 제조업의 흐름을 알게 되면서 그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이나 만들기에는 큰 시설이나 특수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개인이 만든 여러 가지 작품이나 성공 사례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 붐의 또 다른 요인은 저가 3D 프린터의 등장과 3D 프린터 출력 서비스의 발달이다. 3D 프린터는 3D CAD나 3D CG 데이터로 입체적인 3D 제품을 생성, 조형하는 기기를 말한다(자세한 내용은 본문에서 찾을 수 있다).
3D 프린터 자체는 제조업에서 약 20년 전부터 사용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기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격이 수천만 원을 넘는 제품이 많았고, 일단은 개인이 사기 힘든 물건이었다. 그것이 최근에 급속도로 가격이 내려가면서 지금은 300만 원 이하의 이른바 개인용 3D 프린터가 많이 판매되고 있다. 이 정도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고려해볼 만하지 않은가?
자세한 내용은 다시 설명하겠지만, 요즘에는 3D 프린터로 개인 출력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국내외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즉, 이제 제작하고 싶은 제품의 데이터를 만들기만 하면 3D 프린터를 살 필요 없이 그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혼자서 제품 디자인과 생산을 할 수 있는 시대
크리스 앤더슨 전 와이어드지 편집장이 2012년 10월에 출간한 『메이커스: 새로운 산업혁명』을 통해, 초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개인 제작과 새로운 과학기술이 널리 퍼지면서 많은 사람이 만들기DIY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되었다.
세상에는 혼자서, 때로는 작은 회사에서 이미 많은 사람이 3D 프린터나 여러 기계를 사용해서 제품을 디자인하고 그것을 실제로 생산, 판매까지 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이는 아시아 전역에도 큰 영향을 줘서 제조업의 새로운 장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이란 이제 대기업만 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눈으로 보이는 형태로 만들기만 하면, 세상을 상대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사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갖고 싶은 것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이 기성품으로 없다면, 직접 만들면 된다. 아이폰 케이스나 명함 케이스, 필통과 같은 작은 물건부터 모형, 프라모델, 반지,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 의자나 커피 테이블 등의 가구에 이르기까지 내가 원하는 나만의 제품을 비교적 쉽고 싸게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개인 제작에 필요한 것
이렇게 친근해진 '만들기'지만, 제조업에는 제조업의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 판매용이 아닌 개인용 물건을 만들 때도 반드시 알아야 할 몇 가지가 있다. 그것을 모르고 지나간다면 개인 메이커가 되는 것도 단순한 꿈으로 끝나버린다.
이러한 요구에 응하기 위해서 이 책에서는 실제로 제작에 뛰어들기 위한 전반적인 흐름을 설명하고 3D CAD를 비롯한 최신 제작을 도와주는 디지털 도구 활용법을 소개한다. 특히 3D CAD 설명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는데, 여기서 쓰는 도구는 미국 오토데스크Autodesk 사가 개발한 '오토데스크 123D 디자인'이라는 3D CAD 소프트웨어다.
123D Design은 '오토캐드(AutoCAD)' 등 전문가를 위한 CAD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미국 오토데스크 사가 제공하는 초보자용 CAD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무료지만, 제조업에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CAD 프로그램에 들어 있는 3D 모델링의 기본 기능을 갖춘 뛰어난 소프트웨어다.
물론 전문가가 쓰는 수백, 수천만 원 이상의 CAD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기능이 제한되어 있지만, 초보 입문이나 취미에 사용하기에는 충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초보자에게 적합한 CAD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123D Design에서 3D 모델링의 기본을 익히는 것이, 본격적으로 모델링을 배워서 수준 높은 CAD 프로그램으로 설계하기 위한 첫 단계가 될 수 있다.
현대의 최신 제조기술이나 기계는 대부분 3D 데이터 사용을 전제로 움직인다. 3D 데이터를 전제로 한다는 말의 의미는 '3D 데이터가 없으면 단 1mm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제작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 생태계 안에서의 3D 데이터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바란다. 실제로 무료인 123D Design으로도 제대로 된 데이터를 만들면, 상업용 3D 프린터로 출력하거나 절삭가공(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정밀도 높은 가공)에도 사용할 수 있다.
3D 데이터 제작법을 발판으로 해서 전문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에서는 먼저 집에서 만들기를 시작하기 위한 기본 지식을 여러 각도에서 하나씩 짚어본다. 그다음에 지금 제작 트렌드의 중심이 되는 3D 데이터 만드는 법을 오토데스크 사의 123D Design을 사용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자유자재로 3D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면 스스로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 내 주위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3D 데이터로 못 만들어서 고민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물론 데이터 만들기 전문가에게 부탁하면 아이디어를 데이터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 사업이면 몰라도 취미로 만드는 데 그렇게 큰돈을 들일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혼자서 만들려면, 제조용 기계를 사기 전에 먼저 3D 모델링을 습득해야 한다. 3D 데이터만 제대로 만들 수 있으면, 3D 프린터든 절삭가공이든 사출성형이든 제조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적용하거나 출력 서비스로 외부에 의뢰할 수도 있다.
이 책 마지막에는 다음 단계, 즉 수준 높은 제작을 위한 여러 가지 노하우를 소개한다. 이 부분이 책의 내용을 습득한 다음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 이제는 작은 회사도 세상을 상대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 처음부터 돈을 쓰지는 말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여기서 제작의 세계에 매력을 느꼈다면 더 깊게 파고드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럼 이제 집에서 하는 만들기, DIY에의 첫걸음을 함께 내디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