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벼르던 일이 이루어지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아쉬움과 두려움 또한 그만 못지않다. 하나라도 더 건져서 제대로 꼬집고 지르잡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요, 천박한 식견으로 종작없이 덤벙대기만 했다는 질책이 그 두려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익힌 학자도 아니요 그렇다고 이름 석자 자르르한 문필가도 못 되는 처지에 공연히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따따부따한게 아닌가 하는 자책이 가지시 않기 때문이다.
다만, 30여년간 본 것 적고, 읽은 것 오려붙이고, 들은 것 녹음한 수십 권의 자료들이 미욱하기는 해도 나를 충동질해 온 큰 힘이 되었다. 어쨌거나 오늘의 이 작업이 우리말을 바로잡아 갈고 닦는 일에 그리 큰 보탬은 되지 못할지라도 생판 뻥짜만 안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루어진 예문의 필자나 저자, 거론된 인사들에게 누가 되었다면 개개빌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