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은 금강산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과장과 변형을 통해 대상에 대한 인상을 표현한 반면 단원 김홍도는 눈앞에 보이는 대로 그리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금강산을 직접 보니까 그림이 더 잘 보이고 풍경의 아름다움은 아름다움 대로, 예술성은 예술성 대로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답사를 계속하면 할수록 산이 그렇게 좋아졌고, 마애불이 새겨진 장소가 주는 느낌도 새롭게 다가왔다. 불상조각의 조형미와 함께 마애불이 조성된 위치 또한 하나같이 신령스러움이 깃들여 있을 법한 비경이어서 최고의 안복眼福을 누릴 수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산 속 깊이 숨은 은자隱者의 모습으로, 혹은 삶터에 내려앉은 지킴이 부처의 모습으로 계신 곳도 물론이려니와, 특히 하늘미륵이 된 듯 산 정상에 자리한 마애불의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더할 나위 없이 감동적이었다. 산은 높이 오를수록 하늘에 가까워지고 너른 경치를 품어 안으니, 미륵의 세상이 그렇게 열리지 않을까 싶기도 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