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하게 춥고, 덥고, 따뜻하고, 시원했던 날씨들. 그때의 햇살, 그때의 바람, 그때의 구름. 숲과 빙하와 북극곰과 피노누아 그리고 계절의 감각들. 이 모든 것을 다시 마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여기 실린 소설들의 동력이다. 이런 두려움의 대상이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좋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두려움을 느껴야 할지도 모른다.
힘 빠진 수사자는 무리에서 쫓겨나 초원에서 홀로 죽는다.
사자에게는 어울리는 죽음이지만 나약한 인간에겐 더없이 슬픈 죽음이다.
나는 노인의 고독한 죽음을 통해 비정한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 줄 수 있겠다고 여겼다.
아는 사람들은 너무 가깝고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 멀다.
나는 이런 차별적 거리가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긴장을 유지한 채 꾸준히 읽고 써서
첫 소설의 미숙함과 미흡함을 대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