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책에서 피를로라는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부분을 7장과 19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장은 각각 피를로와 함께 선수생활을 한 가투소와 마트리 사이에 있었던 그라운드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피를로의 순진무구한 모습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각 장의 끝에서 그는 갑자기 정색하고 “구단의 이사들이 머리에 총을 맞아서 수백만 유로의 급여에 동의했을까? 혹시 그들이 뭔가 이해타산을 잘못 계산했을 때만 비로소 쉬운 희생양인 선수들 탓을 하는 것은 아닐까?”(7장) “늙은 것 이상으로 멍청한 고위관계자들이 용접이라도 한 것처럼 전통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주심들은 엄청난 맹비난을 겪고 있다”(19장)라며 축구에 대한 거침없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때로는 마초 같았다가 때로는 소년 같고, 또 때로는 철학자나 시인 같은 피를로는 참으로 모두의 선수입니다. 그래서 그가 걸어온 모든 길과 그의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는 이 책은 모든 축구팬의 책입니다.
이 책은 선수 개인의 자서전일 뿐만 아니라, 큰 그림에서 볼 때 유럽 축구 전술의 변화를 베르캄프라는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특히, 이 책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2챕터, 3챕터에서 축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앙숙이기도 한 크루이프, 판 할 감독을 차례로 거치는 과정이 이어지는데, 두 감독을 모두 겪은 베르캄프의 관점에서 차분하게 회상하는 그 당시의 상황들과 그때 축구계의 풍경들은 단연 이 책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이 부분은 한국의 모든 축구팬들께 꼭 읽어보시도록 권하고 싶다. 과거 요한 크루이프의 자서전 역시 번역했던 옮긴이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상황에 대해 크루이프와 베르캄프가 각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장면을 보는 것이 또 하나의 묘미였다.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드록신’이라고 불리며 널리 사랑 받았던 디디에 드록바. 신이라고 불린 한 축구선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은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다른 것은 모두 둘째 치고 우선 시원시원하고 재미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디디에 드록바 자서전은 재미있다’가 될 것 같다.
드록바는 이 책에서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나온 오심에 대한 불만으로 TV에 욕설을 했던 장면에 대해서, 또 맨유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심지어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눈앞에 두고)에서 상대 수비수인 비디치의 뺨을 때렸던 그 상황의 배경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또 자신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다이빙 논란’과 본인의 잔류의지에도 불구하고 마르세유를 떠나고 첼시로 이적했어야만 했던 상황에 대해 ‘아주 솔직하게’ 설명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디디에 드록바의 비상한 ‘솔직함’ 덕분에 이 책에는 말 그대로 그의 모든 커리어와 그가 전성기를 보냈던 첼시의 황금기 및 프랑스, 중국, 터키 등의 축구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런 점까지 고려해볼 때 이 책은 드록바의 전성기를 두 눈으로 직접 본 축구팬들은 물론, 그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으나 첼시라는 팀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축구팬들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겸손한 천재’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모드리치는 유럽 축구의 중심지에서 성장하거나 유명 클럽에서 시작한 선수가 아니었지만 클럽과 대표팀에서 한 명의 축구 선수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까지 오직 ‘실력’ 하나로 도달한 선수다. 특히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크로아티아 대표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과 그의 생각은, 대한민국 대표팀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큰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성모
아르센 벵거라는 축구계의 아이콘이자 전설적인 감독이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자랐고 어떤 경험들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해서 독특한 축구 철학을 가진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가 됐는지, 그가 왜 아스널에서 그런 선택을 했고 그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아르센 벵거의 코드와 철학’을 파헤치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앞으로도 유일무이하고 대체재가 없는 아르센 벵거와 아스널 및 축구팬들의 영원한 필독서로 남을 것이다.
팀은 감독을 닮는다. 이 책을 번역하며 클롭의 마인츠 시절과 도르트문트 시절, 그리고 최근 리버풀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팀은 감독을 닮는다는 것이 옳은 명제라면, 위르겐 클롭은 어떤 팀에서도 데려가고 싶을 만한 남자다. 그는 뛰어난 감독이기에 앞서, 자신의 확고한 철학과 그 철학을 그라운드 위에서 성적으로 증명할 실력 그리고 헐크 같은 화끈한 성격과 동시에 부드러운 유머러스함을 겸비한 한 명의 멋진 남자다.(······)
2016년 11월 현재, 클롭 감독의 리버풀은 한때 리그 선두에 오르기도 하는 등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한 순위권 내에서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가 과연 리버풀을 리버풀 팬들이 염원하는 리그 챔피언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가 마인츠 시절 승격을 눈앞에 두고 수차례 아쉽게 그 기회를 놓친 후에도 결국 승격을 이뤄낸 점과 그가 도르트문트에서 일궈냈던 기적, 그리고 그의 지휘 아래 확 달라진 리버풀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 책의 번역자로서 그 대업이 “불가능하지 않다”라고 말하고 싶다. 혹은 다르게 말하자면, 오직 클롭이기에 리버풀이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도 좋겠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인간’ 클롭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하고, 이후 클롭을 지켜보면서 그의 성공과 실패, 웃음과 거친 리액션 하나하나 그 자체에서 축구와 인생의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
_이성모(옮긴이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