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의 나. 실오라기의 거짓도 못 가진 왕거지. 친구들이 놀리면 받아치지 못하고 질질 운 다음, 더 놀림을 받지. 우르르 쾅쾅 눈물이 흐르려 할 땐, 눈에 콱 힘을 주고 천장을 보며 “하느님, 제발 울지 않게 해 주세요.” 빌었지만 이상하지, 그것만은 단 한 번도 들어주신 적이 없어. 부모님이 다툰 밤 울다 잠들면, 틀림없이 눈꺼풀이 세 배는 부풀고 붕어눈으로 펼친 교과서 귀퉁이 삽화 속엔 내가 있었어. 어딘가 아둔한 미소의 모범생, 진실의 성실한 협조자.
나는 클레이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었어. 「월레스와 그로밋」, 「크리스마스 악몽」, 「치킨 런」, 「곡스」, 「핑구」……. 작은 인형에 표정을 지어 주고, 그가 바라볼 창문과 달을 걸어 침대 옆엔 초록 램프, 그 램프를 딸깍 켜고 딸깍 끄는 손과 프릴 달린 소매, 램프가 비추는 홀과 홀, 그 깊은 구멍과 드넓은 무도장……. 긴 구멍에 눈을 맞추는 기분으로 넓은 무도장에 푸른 구두코를 대어 보는 마음으로 이 시들을 그때의 나에게 보낼게. 이젠 나를 용서해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