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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정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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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024 제16회 현진건문학상 작품집>

어둠의 연기법

이 작품의 발상은 ‘살인자가 자신의 살인을 다룬 영화를 보고 받는 충격’에서 시작한다. 살인자는 영화에 남은 자신의 흔적을 여러 곳에서 발견하고 경악한다. 동시에 살인자는 영화라는 장르 자체에 호기심이 솟고 연기를 배우겠다고 결심한다. 살인자의 연기법이 시작되는 것이다. 주인공은 영화라는 예술에 반해 연기의 세계에 발을 내딛지만 살인의 악습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주인공이 예술가로서의 연기를 계속했다면 예술은 사악했던 그에게 탈출구를 만들어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연기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빠져들고, 그가 조금이라도 노력했던 참회와 새 출발의 마음은 스멀스멀 사라져버린다. 주인공은 자신의 ‘악’은 또 다른 살인범 도광수의 ‘거악’에 비하면 보잘것없고, 자신은 우연히 살인의 현장에 끌려 들어갔을 뿐 본질은 착하다는 착각이자 망상에 빠져든다.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벌이는 격투 장면은 진정한 예술의 장면이 아니다. 주인공은 촬영 현장에서 상대편 행동대장인 허문비를 죽이고자 하는 욕망에 빠져 허우적댄다. 그에게 뛰어난 격투 촬영은 이미 연기의 영역이 아닌 살인의 무대로 넘어가고 만 것이다. 그러면서 주인공에게 실낱같이 남아 있던 회개와 구원의 가능성은 사라지고 만다. 주인공은 살인자의 죄를 응징받는 길에 스스로 들어선 것이다.

작가의 드론 독서 3

독서를 좋아한다. 몇몇 독서모임에 나가 선정된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기도 즐긴다. 책을 읽고 굳이 서평으로 정리해놓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는 망각과 싸우기 위해서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일 년 후에 다시보면 책 내용을 대부분 잊어버려 이 책을 과연 읽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책의 핵심 주장과 느낀 소감을 추려놓으면 저자가 책에 심은 고갱이를 조금이라도 건져내지 않을까 한다. 둘째는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위해서다. 책을 읽은 후 서평을 쓰면 여러 각도로 책을 검토하게 된다. 책을 읽을 때는 건성으로 넘어가거나 빠뜨린 생각도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 독서 후에 시간이 흐르면 생각이 더 숙성될 수도 있다. 셋째는 책 내용을 서로 연결할 수 있다. 문학이나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모두 세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수단이다. 이들 분야는 서로 연결된다. 구태여 ‘통섭’이란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문학에도 역사와 물리가 들어갈 수 있고, 우주론에도 예술론과 인문학이 연결 될 수 있다. 학문은 서로가 서로를 안고 섞여든다. 한 권 한 권 서평을 적다 보면 앞의 책과 뒤의 책이 서로 가리키는 지점이 비슷하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꽃 한 송이에 빛과 중력과 엽록소와 지구의 역사와 시와 그림이 듬뿍 담겨있으니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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