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VR을 다루는 책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단순히 VR 관련 서적을 내기보다는 독특한 관점을 선보이고 싶었다. 그러다 2014년 오큘러스 커넥트(Oculus Connect) 행사에서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오큘러스 크레센트 베이(Oculus Crescent Bay) 데모를 체험한 후, 하드웨어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는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라, 세계 최고를 다투는 엔지니어들이 쉴 새 없이 기술적 난관을 극복해낸 덕분이다.
커뮤니티는 이제 VR에 적용되는 사람의 인지를 이해해 편안한(즉, 멀미가 나지 않는) 경험을 디자인하고, 몰입형 작품 안에서 직관적인 상호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 개발자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생각은 기술 적용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VR과 디자인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겠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지금 VR 커뮤니티에 가장 필요한 사항이며, 그래서 새로운 VR 책이 필요하다.
원래는 길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실망만 하기 마련인 출판사 아이디어 피칭에 귀한 시간을 낭비하느니 직접 출판하는 방향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말 멋진 일이 일어났다. 새 책의 구상을 마치고 저술을 시작한 지 불과 며칠 후, 학부 시절 담임 교수셨고 지금은 어바나 샴페인의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 교수로 재직하며 ACM 북스의 컴퓨터 그래픽 시리즈 편집자로도 활동 중인 존 하트(John Hart) 박사가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 Morgan & Claypool 출판사의 마이클 모건이 VR 콘텐츠 제작에 관한 책을 내고 싶어 하는데 내가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내려던 책과 같은 비전이기에 둘의 제안에 기꺼이 동의했다.
이 책에는 20년간의 경험과 30,000시간의 연구, 적용, 메모, VR 멀미가 녹아있다. 20여 년간 쌓아왔던 VR 경력을 2015년 1월부터 7월까지 여섯 달 동안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VR 분야에서 노력하는 이들은 알겠지만 두어 건의 계약을 마친 지금에 와서야, 다른 모든 일은 중단하고(이해해준 고객사에 감사를 전한다!) 어떨 때는 일주일에 75시간 이상씩 글을 썼다. 적합한 콘셉트기 때문에 서둘러 쓰긴 했지만 전반적인 품질을 훼손하지는 않았기를 바라며, 독자 여러분의 피드백은 언제든 환영한다. 오류나 불분명한 내용, 혹은 중요한 사항을 놓친 것에 대해 book@nextgeninteractions.com으로 알려주시면 개정판에 반영할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