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그랬습니다. “우리 희정이, 시를 정말 잘 쓰는구나! 이담에 틀림없이 시인이 되겠다.” 그래서 집에 가져와서 그 시를 읽고 또 읽어 봤습니다. 정말 잘 썼나 하고요. (…) 그 뒤로 30년쯤 뒤에 또 한 분의 담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동시를 제대로 쓰도록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죠. 그 분은 수원에 사시고 저는 제주도에 삽니다. 그러니 거의 만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선생님을 부르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하시는, 자상하기 그지없는 담임 선생님입니다. “농사를 지어 놓고 추수를 안 하면 곡식들이 그냥 말라 버린단다.” 시집을 내는 일에는 소극적이었던 저에게 적절한 비유를 들어 마음을 일으켜 주시고, 하나에서 열까지 챙겨 주신 선생님 덕분에 이 시집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김희정, 「시인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