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동안 그림의 소재로 취급받지 못했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찾아내려 합니다… 일렬로 진열된 케이크를 그린다는 건 순응주의와 기계화된 생활, 그리고 대량생산문화라는 다소 빤한 개념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와 더불어 뭔가 놀라운 점이 드러나는데… 끝없이 늘어진 이 줄이 얼마나 고독할 수 있는지… 이를테면 고독한 공존처럼… 각각의 파이는 저마다 바짝 고조된 고독을 담고 있어서 그렇게 한데 모여 대오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특하고 특별해 보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아무리 전체주의적이라 해도, 또는 아무리 아름다운 이상향이라 한들,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