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 책이 근본적으로 분석용 소책자라는 점을 인정한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보다는 '왜' 일어났는가가 주안점이다. 필자가 지금 논의해야 할 중요한 사항은 어떻게 그런 재앙이 일어날 수 있었는가, 어떻게 해야 피해를 입은 나라들이 회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 말은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이 경영대학원에서 말하듯 '케이스 이론을 개발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즉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밝혀내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책을 무미건조한 이론적 설명서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에는 딱딱한 방정식도 없고 어려운 도표도 없으며, 알쏭달쏭한 전문용어도 없다. 필자 역시 명망 있는 경제학자로서 아무나 읽기 어려운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읽기 어려운 글들--필자 자신의 것과 다른 사람들의 것을 포함해서--덕분에 이 책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생각들에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