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안에서 인간 이상(以上)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즉 인간이란 본래 우리가 대상적으로 규정하여 아는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자연이란 본래 우리가 파악하는 자연 그 이상이라는 것, 신이란 본래 우리가 생각하는 신 그 이상이라는 것을 어떻게 감지할 수 있겠는가? 신 또는 자연을 대상으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사유가 아닌 주체적 사유 능력이 요구된다.
인간이 인간 자신에 대해서조차 주체적으로 사유하지 못한다면, 그 인간이 다른 무엇에 대해 주체적으로 사유할 수 있겠는가? 인간이 그 자신 안에서 인간 이상의 신비를 깨닫지 못한다면, 존재하는 그 모든 것이 우리가 표면적으로 인식하는 그 이상의 신비라는 것을 어떻게 예감할 수 있겠는가?
대상화된 신이나 대상화된 자연 너머의 그 이상의 것이 바로 인간 자신 안의 그 이상의 것과 근원적으로 하나라는 것, 인간의 본질이 바로 그 근원적 하나, 우리의 마음, 즉 일심(一心)이라는 것을 그려보고자 하였다.
절대의 눈을 망각한 채 상대만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음을 절대의 공으로 자각하지 않는 한, 일체가 무상이고 고이며 공이라는 인식, 아공 법공의 깨달음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세계를 보는 절대의 시점, 그것을 공의 마음으로 자각함이 없이 어찌 세계의 상대성을 감지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무아와 연기를 통해 현상 세계의 상대성을 논하면서도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한 현실 인식의 바탕인 공과 일심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