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공포마저 차렷 자세였다
가해와 피해가 들러붙은
오래된 자세를 비틀거나 꺾어
외피를 부순다
그들을 다시 만나야 한다면
그들을 다시 만나러 가야지
미로와 미로를 건너 만나고 돌아올게
아픈 피들을 잊지 않을게
오직 살아 내는 힘으로만 슬픈 피를 희석시키고 있는
널 혼자 두지 않을게
봄이다
수선화가 피었다 진달래가 피었다 유채꽃이 동백꽃이 피었다
개나리가 피었다 벚꽃이 막 흩날리기 시작한다
민들레가 피었다 복수초가 피었다 모란이 피고 있다
팬지꽃이 피었다 자운영이 피었다 목련이 진다 지고 있다
영산홍이 피었다 매화는 이미 졌다
로즈메리가 막 피기 시작할 것이다
골목길 끝에 서 있는 남자의 커터칼 위로
드르륵
봄 햇살이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