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가 '사상의 옷'이나 '표현의 양식'으로 정의되기도 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인데, 여기에는 문체를 사상이나 주제 등과는 무관한 표현 양식상의 문제로 혹은 장식적 차원에서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왜곡된 이해가 전제되어 있다. (...) 문체론은 단순히 수사적 차원에서의 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말해지는 방식을 통해 말의 내용이나 주제에 접근해 가는, 그럼으로써 형식과 내용의 긴밀한 관계에 주목하며 문학에 접근하는 통합적 연구방법론이다.
나는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환상이 많은 사람이다. 그 대책 없는 환상은 줄곧 환멸이 되고 상처가 되지만, 그 환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시선을 여전히 사람에게로, 세상에게로 돌려놓는다. 사랑보다 분노가 많아지는 탓일까. 내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내 글은 뻣뻣해진다. 하지만, 어쩌면 아직도 내게 부족한 건 사랑이 아니라 분노일지 모른다고, 너그러워지지 않는 내 마음과 글을 변명한다. 환멸의 상처를 견디다 보면 대책 없는 환상의 끝 어딘가에서 언뜻 뚫린 길을 보기도 하지 않을까, 幻覺처럼, 혹은 幻-覺처럼, 그런 막연한 기대를 가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