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밑에서 마주친 그녀석 - 배경숙
이상하게도 그해, 그곳에만 눈이 쌓여있지 않았습니다. 학교 건물 위, 운동장, 나무 위, 먼 산꼭대기까지 눈이 소복소복 쌓였는데 말이지요.
한두 번이 아니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갈 때마다 눈길이 닿는 그곳에는 눈이 없었어요. 어른 다섯 명 정도 누우면 딱 맞을 만한 운동장 가장자리에 하얀 눈 대신 살짝 언 모래가 펼쳐져 있었으니까요.
‘왜 저기만 눈이 녹지? 땅 밑에 뭐가 있을까?’
그것이 이 동화를 쓰게 된 시작이었습니다.
상상력을 총 동원해서 글을 썼답니다. 자료를 많이 찾아 보았지만 군부대로 편성돼서 민간인은 함부로 갈 수 없는 형석광산이 있던 그 굴에 가볼 수가 없었던 게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햄스터를 두 마리 키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마리가 하늘나라로 갔지요. 아이들이 슬퍼할 새도 없이 남아있던 한 마리마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거실 소파 아래, 베란다 구석구석을 찾아봐도 없던 햄스터가 제 동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말하게 되었구요.
몇 년 전에 이사를 해서 지금도 운동장 가장자리에 눈이 녹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의문입니다.
지금도 그곳에 눈이 녹을까요?
햄스터 한 마리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