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헬조선’이라 불리는 곳에서 태어나, 새벽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고, 최저임금의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면서도, 생애 첫 선거권 행사에 설레는 딸아이와 그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회’라는 전대미문의 괴물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한 문헌 조사를 병행해야 했다.
로크에서 하버마스에 이르기까지 의회 정치와 관련된 철학 논문을 두루 훑었고, 스멘트에서 레이브룩에 이르기까지 의회주의와 관련된 공법 논문을 두루 참조했다. 그 결과 개인적 만족도는 다소 높아졌으나, 처음의 집필 의도와 다르게 다소 무겁고, 현학적이며,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정치는 싸움이고, 슈미트가 말한 대로 “정치는 적과 동지의 구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딸아이와 그 친구들도 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이상 이러한 종류의 싸움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 또한 현학적 말싸움에서 이겨야만 자신의 주장의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싸움의 수단을 제공하고자 쓴 것은 아니다. 공법적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속지 않기 위해 쓴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왠지 모를 부채의식 때문에 썼다. 그 부채의식의 근원은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실존에 대한 부채의식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부자가 될 권리가 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경제 제도, 특히 화폐제도의 본질과 작동 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수단을 선택할지는 그다음의 문제입니다. 고래를 잡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작살과 빠른 배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바다와 대기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 그리고 고래의 생태와 습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같은 이치로, 부자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돈의 본질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주식, 채권, 파생 상품, 부동산, 암호 화폐 등에 대한 투자 기술의 습득은 그다음의 문제입니다. ‘돈 공부’가 무엇보다 먼저라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