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기고 나서>
이 책의 원서 제목은 <아기 교육>입니다. 아기에게 교육이라니? 사교육 열풍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부모라면 자기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책을 읽어보고는 허를 찔린 느낌이었지요.
어쩌면 이 책에서 알려주는 육아법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신생아를 돌보면서 아기 몸을 어깨부터 발끝까지 마사지해주는 이른바 ‘쭉쭉’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양육자는 없을 것입니다. 할머니들이 하는 것을 흉내 낸 걸 수도 있고, 아기가 찌뿌둥해 보이니까 본능적으로 주물러주었을 수도 있지요. 아기를 업거나 안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리지 않는 부모도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런 때는 오히려 노래를 참는 게 더 힘드니까요.
저자는 뇌 과학 연구 성과에 근거해서, 부모들이 자기도 모르게 하고 있는 아기 돌보기 기술들을 체계적인 육아법으로 정리해 제시합니다. 가요코 식 육아법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력과 끈기 있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저자도 말하듯 이 책의 육아법은 양육자가 고생하는 육아법입니다. 다만 저자는 그 고생이 절대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목욕 시간, 나도 모르게 아기를 다루는 손길이 거칠어질 때도, 지친 나머지 아기를 향한 다정한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때도 가요코 할머니의 충고는 피로한 어깨를 두드려주는 위로의 손길이 됩니다. 지금의 고생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야, 엄마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이 밑거름이 되면 아기는 훌륭하게 크기 마련이야, 하고 말이죠. 아기의 성장, 그것이 바로 아기가 엄마에게 들려주는 “전 괜찮아요, 엄마는 잘하고 있어요.”라는 말이 아닐까요?
이 책 번역을 마칠 즈음 저는 막내아들을 낳아서 삼형제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세 번째 신생아 육아인데도 잘하고 있다는 확신은 좀처럼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섭니다. 아기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이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아기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면, 마치 어두운 방안에 아기와 단 둘이 남겨진 기분이 드는 날도 있고요. 그럴 때 육아 경험이 풍부하고 박식한 이웃 할머니가 손을 잡아주듯 이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등을 두드려주었습니다.
신생아 육아라는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자 고비를 넘기고 있을 어머니들이 저와 같이 이 책에서 격려와 위로, 무엇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얻게 되길 바랍니다. 또한 그러한 어머니들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밝고 현명한 어른으로 자라나길 기원합니다. - 송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