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이후 50년이 흘렀다. 그동안 여섯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어떤 이유로 해서 펜을 잡지 못한 시간이 길었다. 지금껏 고초를 겪으며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니 눈앞에 안개가 서린다. 이번 50주년 기념으로 내 나이에 맞춰 76편의 시를 소환했다.
내가 갈구한 것은 무엇이었던가? 불가능한 것을 염원하며 살았다. 텅 비어 있지만 자유와 침묵으로 꽉 차 있는 하늘을 염원했다. 세속과 초월 사이를 방황하면서 나의 별을 숨기는 먹구름에 괴로워했다. 그러나 맑은 하늘에 띄엄띄엄 떠가는 구름은 얼마나 한가롭고 여유 있어 보이는가? 내 삶의 뒷모습을 본다.
2021년 6월
강상기
생선 가게 옆에 꽃 가게가 있어 생선 가게에서 고등어를 사 들고 꽃 가게에 들렀다.
꽃 향과 생선 비린내가 뒤섞였다.
꽃가게 주인이 “꽃이 비린내를 싫어하겠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계면쩍게 웃으며 “생선 요리에 꽃을 얹어 보세요. 꽃은 사랑받고 생선은 품격이 올라가요.”라고 말했다.
분단국가에 살면서도 분단 상황 극복을 위한 시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시인으로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이 나라 이 민족의 분단을 걷어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시인의 양심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 자칫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을 맞아 시인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평화롭고 행복한 우리 민족의 삶을 위하여 전망이 밝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나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실천이야말로 조국 통일, 평화 번영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늦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