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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선우

출생:, 대한민국 충남 아산

최근작
2024년 10월 <곳 것거 산 노코>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꿈을 꿨다. 짙푸른 바다에서도 붉은 산호는 선명했다. 나는 그 바다에서 오래도록 헤엄쳐 다녔다. 물고기들이 나를 툭툭 건드리며 지나다녔고 그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어느 순간 두 팔에 가득 찰만한 물고기 한 마리를 품에 안았다. 품에 안은 물고기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이상하게 손을 놓아 버리게 되었다. 내 손을 벗어난 물고기는 재빠르게 헤엄쳐 앞으로 나갔다. 잠에서 깨어난 뒤로도 꿈의 여운은 오래갔다. 내 소설도 이제 내 손에서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 며칠 뒤 오랜만에 밭에 나가 포도를 몇 송이 땄다. 흰 봉지 속 검붉은 포도를 꺼내 들었다. 뜨거운 태양과 쏟아지는 폭우를 견뎌 내고 익은 포도송이 한 알을 떼 입에 넣었다. 잘 익은 포도송이 사이로 아직 덜 여문 여린 알갱이가 드문드문 보였다. 어쩌면……. 여덟 편의 소설은 이웃의 이야기나 내가 경험한 어떤 것들이 오래도록 내안에 남아 희미한 불빛으로 신호를 보내다 마침내 발화하여 탄생한 것들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들이 다음 문장으로 나가지 못하고 오랜 시간 제자리걸음을 할 때, 못 듣고 못 본 일이라고, 없었던 일이라고 이야기를 밀어냈다. 그래도 끝까지 이야기가 나를 떠나지 않고 배회하다가 한 편의 소설로 남아 주었다. 고맙게도. 물고기처럼 내 손을 떠난 소설들이 누구를 만날지, 뭐라고 평가받을지 상상만으로도 떨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힘차게 헤엄쳐 나아갈 내 소설의 등을 밀어 주고 응원하는 일밖에 없다. 소설은 겁이 많은 나에게 숨고 도망치지 말라고, 고개 돌리지 말고 앞을 보라고 가르쳤다. 내가 머무는 곳이고 앞으로도 머물 이곳에서 지치고 소외된 내 이웃의 삶에 결을 소설로 쓰라고 가르쳤다. 헤엄쳐 가는 물고기처럼 뒤돌아보지 않고 젊은 패기로 오래도록 소설을 쓰겠다. 내게는 어제가 너무 길었다. 첫 소설부터 지금까지 내 소설을 읽고 최고라고 말해 주던 찬주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너의 선한 거짓말이 때론 약이 되었다. 소설을 쓰면서 가족에게 빚진 기분이 종종 들었다.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해설을 맡아 주신 신상조 평론가, 실천문학 편집부에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 오늘따라 입안에서 톡 터지는 포도 과즙이 달콤하고 새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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