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을 지인에게 보여드렸더니 이렇게 말한다.
“이게 무슨 소설이야. 고발장이지.”
다른 지인은 이렇게 말을 한다.
“누가 봐도 본인 살아온 글이네요. 참으로 대단하셔요.”
고발장이든, 수필이든, 소설이든 책으로 출판할 것인지 망설이는 중에 민트 오디오북에서 내 글 '감밭댁 집문서'를 낭독해 주셨다.
낭독을 듣고 책을 만들어 주겠다고 서울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나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원고를 통째로 넘겨주고 출판하기로 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 내 휴대전화기나 신문, 그리고 유튜브나 방송뉴스는 온통 한강 소설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이다. 맛도 없고 영양가는 더 없는 정치인들의 정치 싸움에 여당, 야당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정치라면 신물이 나는 지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온 국민의 메마른 가슴에 단비 같은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문학은 꽃잎을 모아 만든 핵폭탄이다.”이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한민국 만세! 한강 소설가 만세! 우리 문학 만만세!우리 민족은 자랑스런 민족이다. 정치만 정치적이지 않았으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지금은 5년이면 섬이 육지가 되는 세상이다. 현재는 100세 시대다. 재수 나쁘면 120살까지 산다고 한다.
남남으로 만나서 부부의 인연으로 한 가정을 살아가는 일은 이인삼각 경기와 같다. 우리 부부는 사랑도, 우정도 아닌 사업의 동업자로 10년 오르막, 10년 내리막 50년을 살았다. 이글은 부끄럽지만, 우리 부부가 그렇게 살아온 이야기다.
'감밭댁 집문서'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살던 큰언니 주변 이야기고, '무심천에 지는 달'은 청주시 모충동에 살던 넷째 언니와 지인들 이야기다. 지금은 모두 저 하늘나라에 계신 언니 형부의 명복을 빈다.
열심히 일해도 빚만 늘어가는 자영업 사장님이나 어쩌다 건물주가 되어 깡통 건물 버리지도 못하고 도망도 못 가고 빚 얻어서 세금만 꼬박꼬박 내는 체면 때문에 남이 알게 될까 봐 쉬쉬하는 수많은 사장님이 이 글을 읽고 다 포기하더라도 자신만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으면 세상은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눈 오면 눈 맞고 비 오면 비를 맞으며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묵묵히 앞만 보고 여기까지 왔다.
성공한 사람의 어제가 초라하면 초라할수록 그 성공이 빛나고 실패한 사람의 어제가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그 실패는 더 초라하다. 그러므로 최고로 성공했다 해도 절반이고, 최고로 실패했다 해도 절반이다. 우주의 기운은 자석과도 같아서 내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좋은 기운이 나에게 모이고 내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나쁜 기운이 나에게 모인다.
나는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 박노해 시인의 '길 잃은 날의 지혜'를 기도처럼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이 글은 이 땅에 신용불량자와 독거노인과 복지카드 소지자, 열심히 일해도 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자영업자와 족쇄 찬 건물주, 못 배워서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받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