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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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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한국 예술가소설의 지형>

한국 예술가소설의 지형

이 책은 대체로 소설로 쓴 소설론, 소설로 쓴 예술론이라는 관점에서 그에 부합하는 작품들과 작가들을 분석한 논문들로 구성되었다. 다소 예외적이지만 나도향이나 유진오, 임화를 다룬 글들도 함께 묶었다. 문학이란 언제나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존재론적 자기 성찰의 반영적 산물이라 할 수 있고, 그들의 문학도 이러한 본질적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가소설의 지형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르쿠제에 의하면 예술가소설은 예술과 생활이 분열될 때, 주변에 동화되지 않는 고유한 의식이 고개를 내밀 때, 그때야 비로소 생성 가능한 서사 형식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예술가소설은 태생적으로 작가와 현실의 대립과 불화를 바탕으로 작동하며, 삶과 현실의 압력 속에 놓인 예술가의 예민한 자의식을 그대로 투영하면서 당대 문학의 장(場) 안에서 예각화된다. 문학장의 구조적 변동이 문학 관념의 변화를 야기하듯 예술가소설에 나타나는 현실과 예술의 이항 대립적 구도 또한 시대적 문맥에 따라 그 강도와 양상을 달리한다. 사회?정치적 변혁기나 이데올로기적 전환기에 밀도 있는 예술가소설이 부상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예술가소설에 나타난 문제의식은 문학과 정치, 예술성과 사상성,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대립 구도 속에서 길항해 온 우리 근대문학의 특징적 국면과 연결된다. 지금 우리는 그 이분법적 구도 자체가 무화되거나 무의미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근대문학의 형성 이래 그것은 언제나 우리 문학의 중심 화두였고, 논쟁과 갈등의 진원지였다. 이는 어쩌면 우리 문학이 문학 밖의 현실에 대한 교섭과 계몽의 책무를 벗어나서 무작정 예술이라는 이름의 유토피아로 나아갈 수 없는 혹은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 어지러운 현실과 역사를 살아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이 우리의 근대문학은 문학 외적 현실에 대한 규정력과 계몽의 역할에 치중해 왔고, 문학의 언어로 현실을 번역하고자 하는 미학적 태도에 강박되어 왔다. 시대의 운명, 시대의 얼굴이 곧 자신의 얼굴이라고 믿는 우리 문학사의 계몽적 전통은 현실에 대한 요청으로부터 벗어나는 심미적 가상의 상태를 쉽게 수락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문학에 자주 결락되어 있는 것은 심미와 탐미, 환상을 향한 예술적 욕망이며, 예술의 자율성과 절대성에 대한 옹호와 추구라 할 수 있다. 임화는 시인이었으나 시인으로서 죽지 못했다. 그는 문학과 정치, 문학과 현실의 경계를 지우고 그 사이를 넘나들다가 끝내 ‘미제 스파이’라는 죄명과 함께 정치적으로 처형되었다. 임화는 문학을 단지 문학으로 대면하지 않고, 현실 대응의 도구이자 문학 운동의 차원에서 사유했다. 최인훈 식으로 말하면, 임화는 ‘광장’의 시인이자, 고향 마을의 재판정으로 소환되는 소설 『서유기』의 독고준과 닮아 있다. 임화는 처형되었고, 독고준은 사면되었다. 임화는 문학의 말과 현실이 하나임을 믿었고, 추구했고, 독고준은 현실을 떠나 말이 만드는 말의 공간, 문학이라는 그만의 ‘밀실’로 귀환했다. 어쩌면 이것은 이 땅에서 문학을 행위했던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의 운명의 두 얼굴이며, 우리 문학과 정치의 지형도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호명한 작가와 작품들은 임화의 길과 독고준의 길 사이 그 어름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면서 문학의 본질과 정향을 치열하게 사유하고 있다. 그들의 소설은 소설 안에서 문학과 예술의 길을 직접적으로 탐문하는 자기 반영적 성찰의 서사로서 우리 문학이 걸어왔던 고뇌와 모색의 지점들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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