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처마 밑
쌓아놓은 장작더미 같다
흰 밤, 마음이
보다 가지런해져서 떼쓰는 시간을
보살피고 다독이며
들여다보고 쓰다듬고 옮겨 보았다
내 손에 붙들려 온 나뭇조각
돌멩이 하나
에밀레 종소리의 혼잣말로 건네는
날짜 변경선 저쪽에서
실눈을 뜨고
내가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믐달과 초승달 사이
삼십 년도 넘은 오래된 소리 듣고 있다
고요의 둘레 쪽으로 몸 기울어져
언 바람 녹이는 시 백 편 저 소리를!
2024 봄날 한이나
시선집, 시 사랑 그리고 마무리
밤 이슥토록 나에게 두 귀를 열어놓고
온 마음을 기울였다
검은 벌레가 종이에 구멍을 뚫는, 흑백 점묘법
콕 콕 콕 콕 콕 허구헌 날 점 찍으면
그을음이 씻겨 나갔다
손끝에서 소리가 그려졌다
내 안의 나무와 그림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향으로 종이에 구멍을 내어 쓴
이제 막 태어난 아이
건너편으로 옮겨가는 체인지링이다
정적 속 시마詩魔에 끌려나온 저 뼈와 피의 육필 시,
‘내 안의 나’를 지나온 다섯 번째 시집을 묶는다
여기가 무한반복의 제자리일지라도
이후, 한 발짝의 마음을 더 보탤 것이다
2016년 새봄, 부드러운 직선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