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지역의 항일운동사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다른 지역의 민족운동사 연구보다 더 깊은 분단의 상처와 짙은 정치성을 확인하고, 아직 미진하지만 연구의 현재적 의의와 한계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전통적 분류법이지만 함께 고찰되었던 적이 그다지 없었던 민족주의운동과 사회주의운동을 동시에 살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접근법은 아직까지 국내와 국외의 민족운동 전체를 각 지역의 차별적 조건과 특성이 고려된 하나의 기준(방법론)에 따라 일관되게 적용된 경험도 없이 관례적으로 용인되어 왔다. 있다면, 정통론에 입각하여 역사를 대입하는 형식으로 서술되어 온 경우는 많았다. 만주지역의 민족운동사 연구는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전통적인 접근법 속에서 이 접근법을 해체할 수 있는 근거를 우선 찾고 싶었다. 어느 세력을 특화 시키거나 '통일적 파악'이란 이름 속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획일성·배타성·인위성을 배제하고, 일제 시기와 현재의 한국·한반도의 모습을 인정하는 가운데, 동시에 현재의 우리를, 그리고 극복의 지혜를 있는 그대로의 재현 속에서 찾아보려고 하였다.
식민과 냉전의 압축 공간 용산병영/용산기지가 우리의 품으로 돌아온다. 1906년 이래 한 세기를 넘겨 돌아올 예정이다. 때 마침 70년 넘게 견고했던 한반도의 분단체제에 변화가 일어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제 용산병영/용산기지는 우리에게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대표하는 기회의 공간으로 한발씩 다가오고 있다.
‘국가공원’으로 변신할 예정인 용산공원은 생태를 복원한 도심 속의 자연치유 공간을 추구한다. 공원화 과정에서 용산기지를 둘러싼 공간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회복하여 이곳이 한반도 거주자의 역사치유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또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도심 한 복판에 있는 그 공간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통해 ‘미래 한반도’의 모습을 상상하고 느낄 수 있게 감성을 충전하는 공간으로 변신했으면 한다. 진정한 역사치유와 회복은 역사 자료와 삶의 기록을 바탕으로 발휘할 수 있는 상상력과 감수성을 통해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을 기획한 이유이다.
일본군이 운영한 용산병영과 미군이 사용한 용산기지에 관한 사진은 여러 기회에 사람들에게 산발적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한데 모은 사진에 도면과 지도를 맞물림으로써 독자 여러분이 용산병영/용산기지의 역사 속에서 공간의 전체 모습과 변화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사람의 삶과 문화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아쉬움은 숨길 수 없다.
제1권의 기획은 기본적으로 김천수 용산문화원 연구실장이 용산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오래전부터 수집한 사진자료들이 있어 꿈꿀 수 있었다. 시간여행 김영준 대표도 많이 도와주었다. 용산문화원 박삼규 원장과 김민제 사무국장의 배려도 컸다. 무엇보다도 사진집의 발행은 한일사료주식회사 차상석 부회장의 전적인 후원이 있어 가능하였다.
용산기지를 둘러싼 임시소통공간(용산공원 갤러리)과 버스투어로 자극받기 시작한 국민의 감수성에 더욱 생명력 있는 ‘상상의 날개’를 다는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2019. 3. 26.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