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에서 다시 피어나는
목련꽃 한 송이처럼
길 잃은 발들의 조문객이 되고 싶었다
스스로가 별이 되고 눈물이 돼버린
그대가 있어서, 그대여야만 해서
뼈 아픈 한 시절
겁도 없이 시집을 또 낸다
직파된 언어들이 발아가 되어
잡초만 무성한 나의 시(詩) 밭에도
당신을 닮은 초록의 뿌리 내릴 수 있을까
2022년 가을
강경아
찬 바닥을 들추면
울퉁불퉁 주름진 골목이
결핍의 꽃들로 화음(和音)을 이룬다
더는 내디딜 곳이 없는 벼랑 끝에서
골방의 틈새 소리는 더 향기롭다
적막이 사무치면 바다가 되는 방
한 줌의 햇살과 바람, 구름
물빛을 닮은 고요가 흐르는 방
생의 마지막 뜨거움까지 길어 올리는
지독하고도 거룩한 독방
수인번호 20181101
독방의 햇살은 아직 딱딱하다
2018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