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부석사.
아름다운 절 부석사. 세계문화유산 부석사. 해동화엄종찰 부석사.
부석사는 어떤 절일까.
대한민국에는 무수히 많은 절들이 있다. 지금도 천년, 천사백년 역사를 이어온 절도 있고, 빈터만 남아 옛 영화를 추억하는 절터도 있다.
하늘의 저 많은 별들만큼 이 땅 산속 곳곳에서 빛나고 있는 절들. 그 중에 부석사.
부석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부석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으니 국내외에서 부석사를 찾는 관광객들도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부석사에 대해 얼마나, 그리고 제대로 알고 있을까.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 2월,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창건하였고, 중국에서 부터 대사를 흠모한 선묘라는 여인이 용으로 변해 절의 창건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그 선묘가 도술을 부려 허공을 떠다니게 한 큰 바위가 무량수전 옆에 남아 있으며, 선묘는 석룡石龍이 되어 법당 앞에 묻혀 의상대사를 향한 지극한 마음을 남겼다. 무량수전과 함께 의상대사의 소상을 모신 조사당은 국내 몇 안 되는 고려시대 건축물로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태백산 한줄기인 봉황산 산자락에 마치 성처럼 높게 쌓은 석축 위에 법당과 요사채 등 여러 건물들을 세운 부석사는 오래된 건축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무량수전을 뒤로 하고 그 앞에 펼쳐진 풍경은 장관 그 자체다. 바다를 가서도 꽉 막힌 답답한 마음이 열리지 않거든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 오라!
바람 난간에 의지하니 무한강산이 발아래 다투어 달리고,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르니 넓고
넓은 하늘과 땅이 가슴속으로 거두어 들어온다. 가람의 승경이 이와 같음이 없더라 ...
「부석사 무량수전과 여러 전각 중수기(太白山浮石寺無量壽殿及諸閣重修記)」
그러나 부석사에 대해 우리는 너무 모르는 것이 많았다. 설령 알고 있더라고 현재의이 모습에 취해 더 알려고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잘못 알려지고, 왜곡된 이야기도 깊이 헤아려 바로 잡으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부석사에서의 4년 3개월.
그 안에서 24시간을 보내고, 때로는 걸어서 부석사를 떠나 의상대사의 자취를 찾아 가기도 했다. 봉황산자락 숲속을 헤매고, 사과 과수원을 돌아다니며 거기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를 헤집고, 잡초와 흙먼지 가득한 땅바닥에 눈길을 주면서 그렇게 하나둘 찾은 부석사의 옛 자취들이 말을 건네 왔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게 켜켜이 시간에 묻혀진 부석사 1천3백년 역사의 흔적들을 하나둘 찾아내, 맑은 물로 씻어 흐릿해진 역사의 퍼즐을 조금씩 맞춰보았다. 그렇게 찾은 1천3백년 시간의 흔적들을 이 책에 담았다.
이 한권의 책에 부석사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말 할 수 없으리라. 보이는 것 중 잘못된 것은 바로 잡으며,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냈다. 부석사, 봉황산 자락 땅속에는 미처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고, 우리가 알지 못한 부석사가 묻혀 있다.
더 사라지기전에 지금까지 밝혀낸 것만이라도 남겨 달라는 옛 님들의 애절한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부석사의 옛 모습, 그 진실의 한 편린片鱗이나마 세상에 드러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최선을 다했다. 부족하고 아쉬운 것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것은 세상의 모든 눈과 귀와 입이 한데 모아져 세월 속에 켜켜이 덮인 옛 기억들을 발굴해내 면서 채워질 것이라 믿는다.
부석사를 떠난 지 1년 여 만에 남도 송광사에서 끝나지 않은 마침표를 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