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 어언 30여 년 지나는 길목에서 우연히 사랑이란 보석을 발견했습니다. 귀한 햇살 속에 반짝이는 돌을 손바닥에 놓고 자세히 보았더니 ‘사랑’이란 물체였습니다. 어려운 일상 속에서도 빛나는 그 귀한 보석은, 그래도 누구나 소유할 수 있다는 걸 육십 넘은 이 나이에 터득했습니다. 대단한 깨달음이었습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여자의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 나이까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찬란한 바바리아의 초여름날 무성한 장미 덩굴의 그림자 아래 나로서는 대단한 답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흔하게 떠도는 사랑이란 단어가 유행가 가사 속에서 또는 영화의 한 장면 속에서, 한 권의 시집 속에서도 녹아드는 달콤한 그 단어를 나는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사랑은 인생의 옹골진 씨앗이었습니다. 그 씨앗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싹을 틔우고 찬란하게 꽃을 피웠습니다. 사랑은 거짓이 없습니다. 순수한 사랑은 흐려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투명하게 비치는 고운 햇살 아래 흐르는 맑은 시냇물 같습니다. 맑은 시냇물 가에는 많은 꽃새들이 목을 축이려 몰려듭니다. 사랑은 결코 시들지 않고 싱싱하게 늘 다시 태어납니다.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니 고향에 대한, 떠나온 내 나라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을 발견했습니다. 그 사랑의 꽃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붉고 진하게 피고 있습니다.
예술가의 가슴속에 피어나는 그 향기 나는 꽃을 여러분에게 자랑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