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철학을 정식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떤 문제를 극단까지 철저하게 파고드는 니체의 반역 정신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겐 감히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의 강점은 니체의 도덕비판을 적극 활용하여 현대사회의 비겁하고 유약한 젊은이들의 무력함을 꼬집고 있다는 점이다.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노예라는 말을 그 무엇보다 싫어하면서도 실제로는 노예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이중성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비판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도 사회의 양극화는 엄청나게 비판하면서도 건강, 안전, 소소한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지 않았던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매력적이다. “더 이상 착하게 살지 말라!”는 나카지마의 말 역시 “위험하게 살라!”는 니체의 말만큼이나 치명적이다. 옳고 그름의 새로운 기준과 강한 사회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니체를 통과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니체를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가?”
이 책은 다원성의 토대 위에서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통해 자율적 자기제한과 타자의 인정을 실천하는 생활형식의 공유, 즉 공생주의의 정치적.문화적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아직도 이론적 체계의 올이 거칠고 촘촘하지는 않지만 공생주의라는 전체 망은 엮어졌다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관계를 통해 비로소 자유로운 개인, 우리가 꿈꾸는 이 고생주의의 정치문화는 한낱 유토피아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그러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면 우리는 억압적 관계에 예속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유토피아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현실적 요청임을 말해주지 않는가? 유토피아는 우리의 정치문화가 달라지리라는 희망의 유일한 원천이다. 이러한 희망이 구체적인 정치문화로 여물도록 하는 데 이 책이 조그만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지상으로 내려온 철학'은 구체적인 삶 속에서 인간이 부딪치는 여러 문제들을 통해 인간의 정체를 찾아가는 탐정소설과도 같은 철학이다. 다양한 현상들의 유희 속에서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지주를 발견하고 감성으로 채색된 다양한 목소리들 속에서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이성의 실마리를 찾아내며,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삶의 양식을 통해 자신의 의미를 정당화하는 철학, 그것이 바로 지상으로 내려온 철학이다. 그것은 문제의 단서를 포착하는 예민한 감수성과 새로운 가치를 설정하는 예술적 창조성으로 무장하고,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려 한다.
(...)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인식들이 모두 서양 콤플렉스에 젖어 있다는 사실이다. 서양을 무조건 모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서양과의 부정적 대립을 통해 "우리 것"을 강조하면서도 막상 "우리 것"을 내세우지 못하는 것은 그 폐쇄성 때문에 더욱 문제이다.
다양한 문화를 창조적으로 융합시켜 "우리 것"을 만들겠다는 강렬한 욕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양을 모방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압박에 의해 억압되고 착종되어 나타나는 서양 콤플렉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