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백마부대 사단 병력 전체가 참전하게 된 베트남 전쟁, 국익을 위해서 수많은 젊은 청춘들이 남의 나라에서 불나비가 되어 불속으로 뛰어들어야 했던 불행한 역사!
나는 내 삶에서 기억조차 하기 싫은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6개월의 혹독한 실전 훈련을 마치고 7일간의 긴 항해 끝에 도착한 베트남의 아름다운 항구 나트랑에 내렸다. 그 푸른 바다 위 무심한 하늘엔 뭉게구름이 흐르고 수평선 멀리 보이는 섬 사이로 군용수송선을 타고 들어와 상륙정으로 모래톱에 내리면서 참혹하고 고통스런 전쟁은 시작되었다.
55년이 흘러간 2019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32만 참전용사들의 고통을 대부분 논픽션(non-fiction)형식으로 후세에 남기고 싶어 이 글을 쓴다. 고귀한 인간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전쟁의 역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먼 옛날 가장 빛나야 할 젊은 날의 초상 중에 일부분을 여기에 그려놓고 슬픈 환상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친다. 그리고 이미 흘러가버린 세월의 시계를 그 당시 시간과 공간속으로 돌려놓고 실제 전쟁 상황 속으로 빠져든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점점이 흩어져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미래를 생각했고 바람이 불어 소나무 숲이 흔들릴 때는 그 흔들림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했다.
태어나서 80년, 그동안 삶이 행복했었던가? 너무나 짧았던 한평생이 아쉬움으로 남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번 수필집에는 살아가면서 소소한 사건에 부딪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스스럼없이 써보려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며 나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인생을 구름 같이 왔다가 바람 같이 간다고 말을 한다. 바람도 구름도 한 번 지나가면 영원히 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세월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짧은 기간에 많은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욕심에 가득 찬 오만일 것이다.
글은 가슴으로 풀어내는 언어의 마술이라고 한다. 그 마술에 휘말려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동원하여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사람들이 읽었을 때 찡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었다.
수필을 쓰는 사람은 고통, 기쁨, 슬픔을 느낀 대로 거짓 없이 진솔하게 표현하고 그것을 하얀 종이 위에 풀어낼 때 글의 본질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매순간 열정을 다해서 살았기 때문에 내가 살아온 모든 날들이 값진 것이었다고 따뜻하게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이제 굴곡진 인생길의 끝자락에서 좋은 글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지금까지 쓴 100여 편의 수필 속에 나의 혼을 불어 넣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면서 생을 마감하려 한다.
장산제에서
2020년 1월 1일
소설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세밀한 묘사(detail)와 주제의 선명성을 살려내야 문학적 가치가 있다. 하지만 쓰다 보면 그렇게 이론처럼 쉽지가 않다.
나는 소설의 문학성보다는 인간 삶 속에 깃든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이야기를 일반 대중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통속적인 소설을 쓰고 싶었다.
문장이 딱딱해서 쉽게 읽히지 않는 글보다는 독자들이 즐겁게 읽어준다면 감동과 흥미를 주고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이야기를 이야기로 풀어가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문학성보다는 경험적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fiction)를 가미해서 재미있게 써 보고자 했다. 다만 수필을 닮은 소설이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남는다.
장산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