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하루하루를 맘껏 즐기는 누에콩과 콩알 친구들! 따뜻한 봄날,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이슬차에서 나는 봄 맛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가장 좋은 자리에서 구경하는 벚꽃은 얼마나 예쁠까요? 무더운 여름날의 물놀이는 얼마나 시원하고 신날까요? 알록달록 곱게 물든 온갖 나뭇잎을 하나둘 줍는 것도 즐겁겠죠? 눈 쌓인 언덕에서 타는 썰매와 스키는 정말이지 짜릿할 거예요. 때론 싸움도 하지만 금세 화해해요. 누에콩과 콩알 친구들은 이렇게 매일 조금씩 다른, 보물 같은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누에콩과 콩알 친구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놀면서 맘껏 즐기는 사계절의 하루하루가 담긴 보물 같은 그림책입니다.
여러분은 겁쟁이와 영웅 사이 어디쯤에 있나요?
히로처럼 행동하는 게 세상을 편히 살아가는 방법일지도 몰라요. 많은 어른이 히로와 비슷하게 살아가거든요. 누군가 말도 안 되게 억울한 일을 당해도 앞으로 나섰다가는 자기도 피곤해질까 봐 고개를 돌리기도 하고, 누군가가 길에서 얻어맞고 있어도 자신이 다칠까 봐 모른 척 지나쳐 버리기도 하고, 상대방이 화를 내지 않게 하기 위해 악의 없는 거짓말을 하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살아가면 평화로울지는 모르지만 비겁하다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겠지요.
반면 마나카 린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만나면 상대가 누구든, 몇 명이든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충고하고, 나무라고, 화를 냅니다. 잘못을 보면 당당하게 정면 돌파하는 친구지요. 그런 마나카는 히로네 학교로 전학 온 첫날부터 히로를 ‘치킨’이라고 나무랍니다. ‘치킨’이란 일본에서는 ‘겁쟁이나 소심한 사람’을 놀리는 말이에요.
‘치킨’이라 놀림 받던 겁쟁이, 소심쟁이 히로는 마나카와 함께 지낸 두 달 사이에 이름처럼 ‘히어로’, 영웅이 됩니다. ‘치킨’이었던 소년이 어떻게 ‘영웅’이 되는지 궁금하다고요? 책장을 펴고 이 책을 읽어 보세요!
여러분은 혹 히로의 모습에 고개가 끄덕여지나요? 아니면 마나카의 모습에 고개가 끄덕여지나요? 이 둘은 어쩌면 약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서툰 아이들일지 몰라요. 정답은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작가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는 것쯤은 당연하게 여기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려는 저항은 사그라지고 외면 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절망에 익숙해지고 무기력함에 길들여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저항의 의미를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주리라 믿습니다.
어릴 땐, 어른들은 웬만한 일에는 불안해하지 않는 줄 알았다. 어지간히 내면을 뒤흔드는 일이 아니고는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른이 된 나는 내가 알고 남이 알 정도로 뚜렷한 변화를 겪자 몹시 불안해하는 자신이 있음을,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자신이 있음을 보게 되었다. 저항해 본들 다 부질없는 짓이란 걸 이제는 알지만 어리석게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몸은 변화한다. '사람은 죽기 위해 성장'하는 것이다. 몸이 변해 가는 것에 대해,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는 건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죽음에 더 가까운 어른의 공포가 크지 않을까. 그러한 변화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믿는 것,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작품은 성동일성장애를 가진 사람이 성전환수술을 하고 사회에 뿌리박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의 시선으로 무겁지 않게, 아주 쉽게 이야기합니다.
시즈카는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른 성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합니다. 수술을 하여 결국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지만 그는 다시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지요. 주위에서는 그를 괴물이나 되는 것마냥 징그러운 존재로 보니까요.
이 이야기의 겐이라는 소년도 보통의 남자아이들과 ‘달리’ 여자들이나 할법한 비즈공예를 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숨겨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역시 시즈카가 성전환수술을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그와 함께 하기를 꺼리지요. 아파트 사람들도 자신들과 ‘다른’ 시즈카를 함께 섞어 살지 못할 존재라도 되는 양 내쫓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함께 살 수 없는 사람들은 더불어 살기 위해 마련한 규칙도 지키지 않고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라벤더 아주머니’나 노상방뇨하는 ‘멋쟁이’아저씨 같은 사람들일 텐데 말이에요.
‘다름’이란 이름을 가진 많은 이들, 여기서는 상징적으로 성동일성장애를 가진 사람이 등장하지만 ‘다름’이란 이름표를 달고 차별받고 편견에 찬 시선을 받는 이들이 어디 이들뿐일까요. 많은 소수자들이 다르다는 이유로 움츠려 죄인처럼 살고 있지는 않을까요……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일단은 함께 하려 가지 않고 거리를 두고 살지요. 그 거리만큼이나 그들을 모르고 살지요, 그래서 두려워하고, 부정하고요.
이 이야기의 겐처럼 우리와 다른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알게 되면 그들이 전혀 멀리 할 존재가 아니라는 것, 결국은 똑같은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친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시즈카의 바람처럼 각자 다른 빛깔을 가진 색들이 모여 하나의 고운 무지개가 되듯이 다양한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그 존재를 인정하면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