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앞을 지나는 택시 안 여자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담배를 피워 물 수밖에 없었다.
북한산으로 가는 동안
흘낏 본 그 모습이
메아리처럼 자꾸 가슴 속을 드나들곤 했다.
환한 햇볕 속 보현봉을 바라보며
차디찬 밤의 마룻바닥에 이마를 대고 절을 올리던
봉쇄수도원 수사(修士)를 생각했다.
경주 대릉원 고분동네가 가끔 생각난다.
천마총이 발굴되면서 마을은 지상에서 지워졌고, 나는 대구로 서울로 부산으로 떠돌게 되었지만, 이따금 내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소년은 그곳의 사람들과 흙냄새, 오래된 한옥들과 마당의 연꽃무늬 돌들, 무덤 위로 떠오르는 달빛과 짐승 울음소리, 새벽의 흰 물그릇…… 그 어둑하고 신비한 삶의 풍경을 더듬더듬 불러내곤 한다.
말을 의심하면서도
말을 구하고 또 의지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징검돌을 놓는다.
징검돌일까?
2019년 5월
차디찬 강물 속에 발을 담그는 것 같다. 기억의 저편에 묻혀 있는 첫 시집의 시편들을 다시 불러보는 일은.
그러나 어쩌랴. 이 풍경 속 어딘가에 부끄러운 대로 나의 진심이 스며 있을 테니, 애틋함을 지울 수는 없겠다.
미운 모습이나 원본을 살려 담으려 했고, 시 한 편은 제외했다.
2023년 11월
전동균
몸과 마음의, 그 가깝고도 먼 거리에서 밀려오던 물결들. 때로는 폭우 속에 밤을 지새우며 내가 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막막한 어둠 속에 선 한 점 찌 위로 무수히 떠올랐다 사라지던 것들은...
幻夢과도 같은 시간들을 지나 움막 하나를 엮는다. 간절한 것은 끝내 말해지지 않는 가난이 오래도록 나를 부끄럽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