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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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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갈래터진 길>

사랑이란 이름으로 기다림을 만들지 마라

우선 나의 첫소설집 <사랑이란 이름으로 기다림을 만들지 마라>에 실려 있는 단편 아홉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태풍의 눈속에 앉아 있는 남자>는 한때 방황하던 시절 어울렸던 한 친구를 20여 년만에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걸죽한 입담과 기이한 행동을 곧잘 하고 도전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러한 성격은 그의 삶을 어렵게 만들어 버렸고 지금은 사회의 가장 후미진 곳에서 정처없이 세월을 갉아먹고 있다. 나는 그의 모습에서 인생의 깊은 연민을 느꼈으며 좀더 애정 있는 삶을 살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다. 나는 지금 그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수렵기>는 군대를 같이 제대한 친구들과 어울려 나의 고향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 무려 23년만에 내려가 본 고향이었다. 그래서 더욱 감회가 깊었을까. 외가의 안방 벽에 걸린 외조부의 빛바랜 사진에 나는 꺼지듯 가슴속을 파고드는 감상(感傷)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 감상을 좇다 그 옛날 초상을 그려 주며 마을을 떠돌던 사내가 떠올랐다. 어린시절에 보았던 그 환쟁이의 모습은 마치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달아 버린 도인과도 같았다. 그 감상의 끝에서 나는 문득 인생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보았던 것이다. <익명의 덫>은 10여 년 전 근무중에 한 사내와 심하게 다툰 적이 있는데 그때 들은 그때 듣게 된 그의 내력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 사내와의 만남이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나 온전히 그에 대한 얘기는 아니고 그간 내가 세상을 부유하면서 접해 보았던 여러 인물들이 한 인물로 조합된 작품이다. 물론 그 여러 인물 속에는 나도 포함된다. 세계의 폭력이 한 인간을 어떻게, 얼마만큼 망가뜨릴 수 있는 가 하는 문제를 써 보았다. <악의 꽃>은 서울의 유명한 한 윤락가를 배경으로 썼다. 나는 어린 시절 잠시 그 윤락가의 바로 앞동네에서 산 적이 있는데 30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그 동네 앞을 스치게 되었다. 나는 아직까지도 그때 내가 보았던 비참하고 무서운 기억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구조적 세계의 폭력 앞에 여지없이 스러지는 생명의 존엄성들. 나는 그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기다림을 만들지 마라>는 몇 년 전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한 동료의 외도와 그 논리의 뻔뻔함. 그리고 우연히 들은 적 있는 고향의 한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계기가 되었다. 페미니즘적 이야기라기보다는 인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현상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여기서 ‘사랑’은 사회가 주는 구조적 올가미를 말하고 ‘기다림’은 거기에서 오는 무의미한 희생을 뜻한다. <파문>은 어린 시절 마을을 떠돌던 정체 모를 한 사내에 대한 기억을 더듬은 작품이다. 아이들은 그가 마을에 나타날 때마다 그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그를 골렸다. 언뜻 보면 광인처럼 생각되었으나 상당히 박식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의 주변에서는 특히 마을 아낙네들과의 수상한 소문이 맴돌았는데 나는 우연히 그가 한 여자와 마을 뒷산 풀섶에서 정사를 벌이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후 그는 마을에서 사라졌다. <회오리밤>과 <실종> 그리고 등단작인 <봄볕>은 내가 사회인이 되고 나서 숱하게 돌아다닌 초상집, 결혼식, 회갑잔치, 칠순잔치 등등에서 듣고 보고 경험한 잡다하지만 의미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들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쓰면서도 안타깝고 씁쓸한 심정을 지워 버릴 수 없었다. (2000년 10월 12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코멘트)

사랑이란 이름으로 기다림을 만들지 마라

중학교 때부터 꿈꾸어 오던 소설에 대한 열정을 마흔 다섯에 실현하였습니다. 저로서는 너무나 감격적인 일이었지만 막상 저의 글을 세상에 내놓기가 두려웠습니다. 저는 멋을 부릴 줄도 모르고 화려한 언어를 만들어낼 줄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가 늘 입에 담고 다니는 언어들을 그대로 사용하려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우리의 삶의 모습을 사진 찍듯 그려내려 노력하였습니다. 저는 결코 이 바닥에서 최고가 되기위해 함부로 우리의 삶을 희롱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열성으로 우리 사회의 어둡고 그늘진 곳을 쫓아다니며 그곳에서 박대받고 주눅들어 사는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위로할 것입니다. 첫소설집을 내놓고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달뜬 마음에 원고 정리와 편집이 형편없이 되었다는 점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마음 금할 수가 없습니다. 오자와 탈자, 심하게는 문장 한 부분이 빠져버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점 독자 여러분께 깊히 사과드립니다. 출판사와 협의하여 빨리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치도록하겠습니다. 모쪼록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아울러 따끔한 째찍을 기대합니다. (2000년 5월 16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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