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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한경옥

최근작
2024년 12월 <너의 이름으로>

내 마음에 새긴 별

이 해의 달력도 한 장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는 11월. 우리는 겨우살이 김장 준비에 분주하다. 이미 마친 마음이 부자가 되고 닥쳐올 추위가 염려 없는 지금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그리움의 글들을 모은다. 바람에 아파트 앞마당을 춤추듯 흐느끼는 낙엽이 발길을 붙잡고 뿌리치지 못하는 내 걸음이 주위를 서성인다. 마음 둘 데 없이 그립고 슬프고 아플 때마다 조금씩 쏟아놓은 내 마음의 알갱이들을 모아 이 작은 시집에 담는다. 퇴직 전에 시집을 내주겠다던 사랑하는 남편 김영석 씨와 언제나 내 바라기 꽃 같고 생각만 해도 눈물이 맺히는 큰딸 요람 가냘프지만 늘 곧은 대나무를 기억하게 하는 막내딸 아람 하나님이 주신 제일 소중한 선물 손주 한결이. 나를 있게 하는 호흡 같은 내 가족들에게 감사드린다. 내 걸음걸이에서 조차 아버지가 보이는 그래서 더 그리운 하늘에서 여행 중인 사랑하는 내 아버지에게 이 책을 바친다.

너의 이름으로

아기 때부터 유난히 할아버지를 좋아해 언제나 나란히 잠을 자고 제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면 차에 앉으며 시작된 울음이 주차장을 울리고 내 눈물을 빼고서야 간신히 출발을 한다. 이제는 조금 컸다고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아무렇지 않게 안녕을 말하고는 떠나버리는 녀석. 큰맘 먹고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해도 몇 마디 끝에 실려오는 짧디짧은 대답 한마디. 그렇게 커가는 거지 여기던 어느날. 제법 높아진 어조로 전화를 걸어왔다. “할머니! 저 시 지었어요!” 한 번도 생각하지도 않았고 상상도 해 보지 않았던 일. 자랑스레 글을 읽어 주는 손주에게 칭찬을 해 주고 5집에 실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유난히 덥고 길었던 여름.모두의 힘든 시간 뒤로 숨통이 트이는가 하던 가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란 일기예보가 조금은 서운하고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 가을을 살아가니 대견하다. 이 가을 날. 손주의 글 두 편도 싣는 5집을 준비하면서 다른 때보다 더 의미 있고 행복하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 해도 5집을 기억할 손주의 앞으로의 모든 시간에 그것이 무엇이든 꿈꾸는 청년으로 어른으로 자라 언제나 꿈을 그리는 한결이가 되기를 소망 한다.

사랑이라는 또 다른 이름 그대

작년 이맘때 늘 꿈꾸던 시집을 출간하기 위해 오랫동안 모아 놓은 글들을 정리하고 책이 나오기까지의 여정에서 설레고 참으로 많이 행복했던 기억 속에 일 년 만에 두 번째 시집으로의 길을 시작한다. 단지 내 하나의 꿈이었을 뿐이었는데 누군가는 제 설움인 양 아파하고 누군가는 행복해하는 일이었음에 이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조심스레 걸음을 떼 본다. 때때로 내 외로움을 들켜버린 것 같아 쑥스럽기도 하고 때론 표현이 사랑스럽다는 소리에 조금은 미소 지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20년 10월 30일 오늘은 갑자기 내게 온 시련에 내 삶의 전환점이 되는 날이다. 꽤나 힘겹게 느껴지던 몇 가지 검사 결과와 마주하는 날이다. 상황에 비해 이제는 나름 편안해져 있음이 놀랍다. 곁에서 많이 아파하고 두려워하는 남편과 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아침이다. 두 번째 시집이 세상에 나올 때쯤이면 나는 일상으로 돌아와 삶을 써 내려가고 깊은 겨울을 마주하고 있으리라. 오롯이 내 편인 사랑하는 영석 오빠 소중한 보석 요람 아람 손주 한결 언제나 사랑하고 축복해요.

오늘은 들꽃으로 맑게 살아도 좋으리

오늘도 산에 오른다. 몇 달 전 그리운 바다를 따라 달리다 십리포 해수욕장에 다다랐다. 맨발로 바다를 둘러싼 전망 덱을 따라가다 좁은 산길을 오르는데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땅에 닿는 발의 촉감에 깜짝 놀았었다. 우연히 접한 맨발 걷기의 기사가 뇌리에 박혔다. 다음날부터 시작한 맨발로 걷기 땅에 발을 딛기도 전에 온몸이 반응을 하던 게 엊그제인데 지금은 아주 익숙하게 내달린다. 조금씩 걸음에 생기가 돌고 상쾌해진 하늘도 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조심스럽게 흐르던 하루하루가 일 년이 되었고 나는 다시 3집의 꿈을 눈앞의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나의 안부를 궁금히 여기는 이들에게 달려가 안 길 글들을 다시 모은다. 많은 순간, 아픈 시간을 살고 있는 고운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와 마주할 시간을 소망한다. 잘해 왔고 잘 하고 있고 잘할 수 있다고 나 자신과 그들에게 토닥여 주고 싶다. 3집을 읽으면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글이 되기를 소망한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인 사랑하는 가족들과 글을 읽어줄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린다.

하늘가에 기대어 서서

치료 끝난 지 2년이 지났다. 평안치는 않지만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내 삶은 때때로 자신이 환자임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잊지는 않되 기억 속에 갇힌 시간은 살지 않으리라 여기던 다짐은 현실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활짝 핀 봄의 꽃들이 한없이 큰 기쁨과 행복으로 다가오는 이유 또한 내가 이 봄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게다. 시간이 갈수록 아픔도 기쁨이 될 수 있는 지혜가 됨을 되뇌게 된다. 요즘 들어 침묵하고 있는 내게 4집을 기다리는 이들이 내 안부와 함께 책에 대해 물어온다. 어느 순간 安住(안주)하고 있던 내 일상을 깨워 날갯짓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그들에게 있다. 나와 詩(시)가 하나로 이어지는 행복을 그들을 통해 알게 되는 내 삶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회갑 선물로 출판의 비용을 선뜻 내어준 사랑하는 내 반쪽이 아주 많이 사랑하고 감사하다. 그리운 이들에게 날아가 안 길 4집이 기다림의 마중물이 되기를 소망한다.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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