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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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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신춘기독공보 동인시집 제18집 : 광야의 고독>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나를 건너고 싶어 자주 걸었습니다. 걸어왔던 길과 걸어보지 못한 길 사이에서 흐르는 것들이 닿는 곳을 생각했습니다. 한 줄 문장을 세울만한 곳을 찾아 신생의 설렘도 뒤로하고 마냥 걸어보지만 미약한 안력으로는 신묘한 그곳을 쉽게 찾지 못했습니다. 겨울의 자세를 오래 유지하였습니다. 내게 없는 것들을 쳐다보느라 휘어진 목으로 오는 통증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리본 몇 개 알록달록 코사지로 행간을 장식하며 알았습니다. 한 줄 굳건한 문장이 설 수 있는 곳은 당신 뼛속 깊은 곳이어야 한다는 것 말더듬이의 입에서 맴돌던 외마디 어떤 이름이 밀린 숨을 몰고 물큰, 살아납니다.

너의 밤으로 갈까

너의 귀는 비좁기만 하고 누구의 귓속에서 난 살아날 수 있을까 좋은 말들로 네 귀는 만석이라서 비집고 들어갈 자리 없어서 난 너의 밤으로 갈까 해 지켜 내지 못한 것들로 인해 몇 날을 지새우던 그때와는 달리 지켜 내야 할 것이 몇 줄 남지 않은 지금 반딧불이 작은 빛을 받쳐 주고 내 부실한 구근을 숨길 수 있는 깊고 비옥한 너의 밤으로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

한 걸음 물러서면 보이는 길 풍경을 좇다 그만 그 길을 놓쳤네 하지만 이쪽도 그리 나쁘진 않네 헤아리는 마음으로 피사체를 오래 들여다보면 신비 아닌 것이 없고 기도 아닌 것이 없으니 당신 걸어간 그 길과 적요 무성한 이 길도 경계가 생략된 첨탑의 끝에서 이내 곧 만나게 될 터이니 남은 길 가야겠네 2023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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