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부터
진실을 말하자면 그림책 짓는 것보다 텃밭 김매는 것이 더 재미있다.
내가 돌본다고 하지만 내가 보살핌을 더 받는 곳.
작으나 큰 땅, 텃밭.
이 소박한 영토에 발을 들이면 거짓 없는 세계가 조용히 펼쳐진다.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
모든 생명의 집, 흙이 숨 쉬고 있는 텃밭은
내가 딱딱하게 굳어 있지 않게 도와준다.
말랑말랑해진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거칠어진달까?
흙에 발을 디디고 몸을 움직여 밭일을 하다 보면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절로 알게 된다.
본디 모습인 흙 인간으로 복구된다.
그러다 가끔 꿈결인 듯 꿀벌이나 사마귀, 애호박이 되기도 한다.
바랭이풀이 되었다가 바랭이풀을 매는 호미가 되기도 한다. 아뿔싸.
어려운 시절을 텃밭과 함께 춤추며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