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빛, 우리 문화 예술 속에 담긴
우리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대개는 별생각이 없다고 심드렁하게 말할 것이다. 누군가는 미간을 찌푸려가며 심각하게 답하기도 할 것이다. 글쎄요. 우리 문화는 좀 뒤처져 있고, 모자라지요. 혹은 고개를 살짝 저어가며 말한다. 우리 문화는 고리타분해서 쉽게 접할 수 없어요. 또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는 한이 많아요.
알아차리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우리 문화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변화 정도가 너무나 급격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지경이지만, 조상의 얼은 곳곳에 흐르고 있다. 문화란 어느 한순간에 형성되지도 않지만, 어떤 순간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역사가 길면 그만큼 쌓아온 공덕이 있는 법이다.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폄하하는 것은 그것뿐만 아니다. 질문을 이렇게 해보자. “나를 둘러싼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소속된 직장, 학교, 지역 사회 등등을 포함해서 묻는 말이다. 보통 “뭐, 그렇죠.”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이다. 이 말에는 무던히 참아내느라 애쓰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어쩔 수 없으니 버티는 중이라는 심정도 묻어 있다.
이번에는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질문해보려고 한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 질문에도 여전히 머뭇거리기 마련이라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눈부신 산업기술 시대가 펼쳐져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떨어지지 않고, 삶의 만족도는 하위에 머물러 있다. 자기 자신마저 믿지 못한다. 자신이 속한 사회는 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은 치유가 절실한 시대다. 치유는 사랑과 변화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의 중심을 일컫는다. 사랑은 ‘나’로부터 시작해서 뻗어 나갈 수밖에 없다. 어떻게 사랑하는가에 대한 핵심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 잣대로 자신을 돌아보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
사랑의 의미는 성경 고린도전서 13장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오래 참아주는가? 나는 나를 억압하면서 오로지 유익을 구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나한테 무례히 행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 자신에게 온유한가? 나 자신한테 성내지 않는가? 나 자신을 악하게 대하지 않는가? 다시, 이 질문을 ‘내가 속한 사회’나 ‘문화’를 넣어서 스스로 물어보자. 나는 과연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있는가? 사랑하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사랑의 눈을 떠야 한다. 우리 문화의 고귀함을 가슴으로 담아두는 것은 곧 치유를 향한 절묘한 지름길이다.
이런 의미를 담아서 글을 썼다. 치유를 위한 긍정적 에너지를 중심으로 우리 문화를 19개 범주로 묶고 한 범주당 3개의 우리 예술과 문화를 추출했다. 치유가 필요한 현장에서 실제 심리 및 정신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통합 예술 · 문화치유인 심상 시치료의 기법을 기술하였다. 치유의 시각으로 예술과 문화를 비평하는 ‘치유 비평’이라는 새로운 방법까지 고안해서 제시하였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 지원사업 중 창의도전 유형으로 선정되었고, 오도스 출판사에서 책으로 발간했다. 제목은 ‘치유의 빛’이다. ‘우리 예술과 문화의 치유 비평과 활용방안’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두근거리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희망하건대, 뜻있는 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이 지구촌을 걸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