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패션은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그 이전의 시대와 본질적으로 달라진다. 이때부터는 패션이 엘리트적이지도, 신분적 사고를 반영하지도 않게 되며, 사회적 계층이나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으로 자리잡는다. 복식 규정이나 유행규제법들은 더 이상 사회적 신분을 구분짓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는 것이 아니라 풍기문란을 단속하는 차원 정도에 그친다. 패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민주화되고, 사람들은 패션 스타일을 통해 자신의 삶의 태도를 표현하기도 한다. 패션은 기획과 생산 및 판매에서뿐만 아니라 특히 소비에서 젊은이들이 이끌게 되었다.
저명한 문화사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막스 폰 뵌이 저술한 <패션>(Die Mode)은 단순히 패션의 역사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그것을 넘어서 중세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이르는 포괄적인 유럽의 문화사 및 풍속사이다.
뵌은 사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치적 사건들과 경제상황들을 묘사하고 종교적인 문제와 법률적인 문제를 논구하며 예술과 과학, 도시문화와 주택건축, 사교계 및 풍속을 다룬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 시대의 사회상황과, 세기가 지남에 따라 그것이 변화되는 모습을 폭넓게 조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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