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고 한해가 시작되는 봄입니다. 이맘때만 되면 냉이와 쑥으로 차려내던 어머니의 향긋한 봄 밥상이 그리워지니 아마도 몸부터 계절맞이를 시작하나 봅니다. 겨우내 잃었던 입맛이 돌아오듯 봄내음 가득한 이 봄에 저도 특별한 시작을 준비하였습니다.
요리가 좋아 시작한 일이 어느 덧 직업이 되어‘요리연구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중년이 되었으니 인생의 절반이 요리와 함께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이 봄, 요리계에 입문한지 20년으르 맞아 요리를 하며 갖게 된 신념을 책으로 옮겼습니다. 요리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이가 한 살씩 더해질수록 갖게 된 확신은 ‘요리가 곧 건강’이라는 신념입니다.
건강한 요리란 때에 맞는 요리, 즉 몸이 원하는 요리를 뜻합니다. 세상의 이치와 기운이 그대로 담긴 제철재료로 만드는 요리입니다. 한 겨울에도 딸기를 먹고 맘만 먹으면 지구 반대편에서 자란 식재료까지 식탁 위로 올릴 수 있는 요즘 제철재료의 의미가 무색하지만 봄.여름.가을.겨울 사시사철이 다르듯 때에 따라 우리가 먹는 음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건강한 몸을 만드는 시작입니다. 그 첫 시작은 봄 햇살과 봄바람이 키워낸 면역력 요리입니다.
어린 시절, 때마다 새로운 요리로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맛과 향을 일깨워준 친정어머니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머니는 그 어떤 일류요리사보다도 더 멋진 요리사이십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나의 식탁이 그러하듯, 이 봄날 당신의 식탁에도 봄 향내 가득한 제철밥상을 선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