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성격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한 것 같아 추가적으로 글을 남깁니다.
우선, 대부분의 신화는 인류가 문명의 온갖 정보를 문자로 남기기 전에 발생했으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서 구전되었음을 그 주요 특징으로 한다. 인류가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다만, 우리는 선조 들이 매우 오래 전부터 말을 해 왔다고 추정할 수는 있다. 이와 같이 인류가 기록성이 취약한 말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형성된 신화의 세계는 인간의 내면적인 정신세계나, 외부문명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하여 자극적이거나 강렬한 인상을 주어 쉽게 잊혀지지 않는 모습으로 구성되어질 필요성이 대두되어 오늘날과 같은 황당무계한 모습으로 전승되고 있다고 하겠다.
인류가 자신의 사고방식의 오류 등의 모습을 살펴보는 고도의 철학적인 정신작용을 과연 문자가 없던 시대에 말이라는 입에서 나오자 마자 사라지고 마는 불안정한 정보전달체계를 통하여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방법이 보다 효과적이었을까? 아마도 이 과정에서 수많은 방법이 시도 되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방법은 인간의 기억에 최대의 심리적 자극을 줄 수 있는 황당무계한 방법이 정신 진화론적으로 자연선택 되어졌을 것 이라고 추정할 수가 있겠다.
테세우스가 무찌른 시니스라는 소나무숲의 깡패와 관련된 높은 수준의 철학적인 통찰행위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하여 인류는 연상적 방법을 통하여 가장 자극적이고 인상에 남는 방법으로 신화의 스토리를 전개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승되고 널리 퍼져 나감으로써 쉽게 잊혀지는 말의 구조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가공함으로써 현재까지 생존해 올 수가 있었다고 추정되는 것이다.
즉, 시니스를 물리치는 테세우스의 행동이 지닌 본래적인 철학적 의미는,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대상을 관찰 분석하여 옳을 것 틀린 것, 유익한 것 해로운 것 등 대상의 옳고 그름을 가리거나 양자간에 다툼이 있을 때 오늘날 법원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수도 없이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모순"이라는 고사성어처럼 내 방패는 모든 창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그럴듯하고 내 창은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다는 그럴듯한 주장이 대립하게 됨으로써 모순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듯이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을 인정하는 행위는 매우 어리석거나 우유부단한 사고방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통찰력이나 삶의 지혜가 입으로 나오자 마자 사라지고 마는 말을 통해서 가까운 타인이나 넓은 지역, 후대에 까지 전승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이 필요할까? 여기서 살아남은 방식이 바로 신화적인 황당 무계성을 지니는 정서적인 자극방식이라 할 것이다. 참고적으로 기억력 증진의 한 방법으로 연상적 자극법이 사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임진왜란이 1592년도 발생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기 위하여 변형된 연상방법으로 기억을 하면, "임진왜란때 왜놈들이 장작불로 추진하는 15대의 거대한 항공모함과 9마리의 용이끄는 탱크를 2대 앞세우고 쳐들어 왔다."라는 문장으로 변형시키면 그 사람은 임진왜란이 1592년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쉽게 잊을 수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신화의 특성과 구조 생성과정에 대하여 정리하여 보면,
첫째, 신화는 인간의 마음의 표현물이다.
둘째, 신화는 장기적인 보존효과가 없는 소멸성을 지닌 말로써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취약적인 구조때문에 보다 인간의 기억력을 자극하는 연상적인 재료들로 구성되어 물리적, 화학적, 도덕성, 인과론적 법칙을 무시하고 황당한 구조로 지금까지 생존해 올 수가 있었다.
셋째, 신화는 전달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연상이나 집단의 공통적인 관심에 서 벗어나는 부분들은 떼어져 나가고 각 민족이나 전 인류에게 공통되는 부분만이 닳고 닳은 조약돌의 형태로 간략하게 전승되어 나왔다.
부족하나마 신화의 성격에 대하여 설명드렸습니다.(2000년 10월 23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
실화가 살아남기 위해 취했던 몇 가지 구조는 마치 모든 식물의 과실이나 씨앗이 영양소의 보고인 속알맹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독특한 껍질을 지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우리가 신화와 설화의 껍질인 은유와 상징성을 제대로 분석하여 벗겨내지 않으면 진정 그 설화가 가지는 본뜻을 알 수 없다. 그것은 껍질을 까지 않은 깔깔한 벼로 밥을 지어 먹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