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풀폴폴, 주문을 외워 보아요!
해가 높이 떴는데도 일어나기 싫은 날이었습니다. 자리에 누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몸을 굴리며 게으름을 부리고 있었지요. 창에 드리운 커튼 사이로 햇살 한 줄기가 눈을 찔렀 습니다. 앗, 따거! ‘뜨거워’나 ‘따가워’가 바른 표현이겠으나, 뜨겁기도 하고 따갑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그리 말했답니다.
나는 얼른 햇살 줄기로부터 물러나 거기 도대체 무엇이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우글우글, 와글와글……. 환하면서도 뿌연, 이상한 공간에 개성 넘치는 먼지들이 잔뜩 모여 있었습니다. 콧구멍을 파거나 팔 근육을 씰룩이거나 넓적다리를 긁어대며 딱 나처럼, 혹은 딱 여러분처럼 수다를 떨고 있었지요.
나는 편안한 자세로, 그러니까 여전히 길게 누운 채 머리를 한 손으로 괴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먼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어요. 눈에 잘 띄지 않아 거의 없는 줄로만 알았던 먼지들이 그리 또렷한 모양과 색과 냄새를 가지고 있다
는 걸 처음 알았어요. 너무 작아서 그다지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먼지들이 그리 귀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도 비로소 알았지요. 카펫 세상만이 전부였던 멍지 가족이 넓은 세상 으로, 은밀하게 연결된 더 먼 세상으로 나가는 모습을 즐거이 지켜보았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먼지들 세상에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복잡하게 얽힌 그세상에선 즐거운 일이 무서운 일이 되기도 했지만 슬픈 일이 아름답게 변하기도 했지요.
보이는 것 너머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이어져 넘실대는 모습은 장관이었어요! 먼지는 그저 보잘것없고 하찮은 먼지가 아니었어요. 작디작은 세상이 크고 큰 세상을 품어 안고 있었지요.
자, 여러분도 초대할게요. 공부도 숙제도 학교도 학원도 잠시만 다 잊고 가만히 주변을 살펴보세요. 혹시 그러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다면 풀풀폴폴, 주문을 외워 보아도 좋아 요. 우주 최강자인 달먼지님이 조용히 힘을 더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