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 짬뽕
이 책은 기록집이다.
지난해 펴낸 《1968년 2월12일》과는 이란성 쌍둥이다.
사진과 1차 기록물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결정적으로 ‘나’가 등장한다는 차이도 있다.
《1968년 2월12일》엔 글을 쓴 ‘나’를 숨겼다.
이 책에선 지극히 사사로운 기록도 상당 부분 담았다.
나는 왜 베트남전쟁의 험한 이야기를 오래 붙들고 있는가.
1부 ‘퐁니·퐁넛과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2부 ‘말하다 그들’은 내가 만난 퐁니·퐁넛 주민들의 초상이다.
각자의 인생에 들이친 폭풍과 번개들을 여덟 줄 카피에 녹였다.
3부 ‘숨쉬는 기록’은 불친절하다. 1차 자료의 공유에 의미를 두었다.
기록집 발간을 처음 제안하고 도맡아준 서해성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과연 전시를 하고 책으로 묶을만한 사진과 글인지,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그 과정을 통해 베트남에 대해 더 몰입하게 되었다.
요즘 ‘국뽕’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국가주의와 히로뽕의 합성어다.
과도한 국가주의나 애국심에 취하면 정신이 병든다.
정부는 국뽕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어쩌면 베트남전 파병 당시와 비슷하다.
그때는 박정희 대통령이었고, 지금은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이다.
퐁니·퐁넛에 관한 기록은 대한민국에 도취된 이들을 기분 나쁘게 한다.
‘국뽕 예방주사’로서 이 기록집의 작은 가치를 기대해본다.
아니면, 국뽕에 밥맛이 떨어지는 한 그릇 짬뽕 정도. - 책을 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