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을 위해 전면적으로 교정을 보았다. 교정을 보면서 나는 저도 모르게 작품 속에 끌려들어가고 있었다. 전부터 좋아하던 제1장의 시작 부분뿐 아니라 스티븐이 시궁창에 빠진 뒤 열이 나 앓으면서 집을 그리는 장면, 아이들이 하는 알 수 없는 말에 대해 궁금해하는 장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리스마스 디너가 환멸로 끝나는 장면, 생생한 지옥의 설교, 그에게 시를 쓰게 하는 풋사랑, 죄에 빠졌다가 회개하고 들어간 신앙생활, 그가 당당하게 벌이는 미학 이론, 성직 권유를 물리치게 되는 과정……. 그 하나하나가 젊은 스티븐의 심정을 생생히 전달하면서 어느덧 나 자신을 그와 동일시하고 가슴 뛰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 낯선 세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신의 갈 길을 모색하는 스티븐의 노력은 젊은 시절을 지내온 우리 모두가 다소간이나마 겪어본 경험과 겹친다. 몇십 년을 두고 읽어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회를 불러일으키는 이 작품은 참으로 신기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 개정판을 내며
그의 작품은 보면 볼수록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이 탁월하고 우수하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까지 기막힌 작품을 쓸 수 있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그 하나하나가 남이 흉내도못 내게 빼어난 것들이다. <율리시즈>나 <피네건의 경야>는 그것을 따라갈 작품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읽는 데에도 쩔쩔 매는데 그는 어떻게 그것을 썼을까 하는 경이로움이 앞선다.